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거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보도나 정보가 잇따라 유통되고 있다. 확인이 어려운 북한 관련 뉴스의 특성상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26일 유튜브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북한 방송 영상이 유통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때의 방송 영상을 교묘히 편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영상을 자세히 보면 허술한 점이 많다. 영상에서 김 위원장의 서거 소식을 보여주는 ‘인민조선’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이름이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의 신변을 전하는 매체로서는 부적합하다. 또 나열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업적도 북한이 선전하는 김 위원장의 업적과는 결이 다르다. 영상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김 위원장의 후계로 언급하기도 하는데, 서거 소식을 전하면서 바로 후계 구도를 언급하는 것도 전례에 맞지 않는다. 김 위원장을 ‘김정일 위원장’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떠오르기 전인 지난 15일 총선 직전에도 김 위원장의 신변에 관한 잘못된 정보들이 ‘지라시’ 형태로 유통됐다. 이 지라시는 북한 내부 권력 상황까지 상세히 다뤄 더욱 그럴듯해 보였고, 몇 단계의 가공을 거쳐 21일 CNN 보도로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총선 정국에서 ‘가짜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언론 보도도 신뢰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 20일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김 위원장이 향산진료소에 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6일 통화에서 “북한에서 최고권력자의 신변과 동선에 관한 내용은 일반 소식통이 절대 알 수 없다”며 “대개 이를 언급하는 보도나 정보의 진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당국은 공식적으로 “특이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정부 일각에선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에 김 위원장이 불참한 것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판단하고, 원인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변 이상설을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거나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이 있기 전까지는 당분간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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