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많은 인명 피해를 내는 화재 참사 때마다 주범으로 꼽히는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이 건축물 공사 현장에서 까다롭게 규제되지 않고 사용되는 이유는 뭘까.
30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건축물 시공 시 단열재로 쓰인 우레탄폼은 가연성 물질인 탓에 작은 불꽃이라도 튈 경우 큰 불로 번질 위험이 크다. 불이 나면 유독성 물질이 배출되는 만큼 작업할 때는 최소한의 인원만 투입돼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다른 작업과 병행할 때는 더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레탄폼은 불이 붙으면 검은 유독가스가 나와 작업자들의 숨통을 조일 뿐 아니라 시야도 가린다”고 강조했다. 이런 위험성에도 우레탄폼이 공사 현장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한마디로 뛰어난 가성비 때문이다. 단열 성능 효과가 우수하고 난연성 유사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다. 접착력과 가공성 등도 좋아 공사 기간 단축에 도움이 되니 광범위하게 쓰일 수밖에 없다.
이번 물류창고 화재가 나기 전에도 현장에선 우레탄폼을 창고 벽면에 주입하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2008년 40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냉동창고 화재 역시 건물 지하에서 발포 작업 중이던 우레탄폼에 섞여 있던 냉매가스가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9명이 사망한 2018년 남동공단 화재 때에도 우레탄폼에서 나온 유독가스가 사망자 수를 늘렸다.
샌드위치 패널이 애용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패널은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얇은 철판 사이에 넣은 건축용 자재인데 1개(가로·세로 1m, 두께 50㎜ 기준)의 가격은 2만원 수준이다. 만일에 같은 면적을 철근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으려면 비용과 공정이 3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동안 소방당국은 샌드위치 패널을 건축자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도 2014년 12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소재로 만든 샌드위치 패널을 금지하겠다’는 취지의 발표문을 낸 바 있다.
하지만 2015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바닥면적이 600㎡ 규모를 넘지 않는 창고건물에 대해서는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촉박한 공기에 쫓기거나 단순히 ‘괜찮겠지’란 생각의 무사안일과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물류창고에 샌드위치 패널을 쓰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워낙 폭넓게 쓰이고 있어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
최현호 한국화재감식학회 기술위원장은 “샌드위치 패널은 불이 붙으면 엄청난 열량의 유독성 가스가 한꺼번에 배출돼 인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저렴한 데다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어 경제성은 보장되지만 그만큼 위험성을 가진 게 우레탄폼,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취약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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