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폭언 등 주민의 갑질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의 유가족이 폭행 가해자로 알려진 주민으로부터 지금까지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가족 측은 해당 주민으로부터 사과를 먼저 받아야 한다며 발인을 14일로 미룬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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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의 큰형 A씨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해당 주민에게) 동생 가는 길에 홀가분하게 갈 수 있게끔 오셔서 ‘잘못했다’ 하고 ‘죄송했다’ 하고 그 말 한마디만 해 달라고 사정도 해 보고 전화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지도 않고 (사과) 얘기를 하면 ‘나는 모른다’, ‘나는 아니다’ 식으로 엉뚱한 말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어제 (주민으로부터) 처음으로 전화가 와 ‘지금이라도 오셔서 내 동생에게 잘못했다하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하니 이 사람이 핑계를 대면서 지금까지도 ‘아파서 못 가네’, ‘언론에 노출돼서 못 가네’, 이렇게 튕겨만 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잘못했다’는 말을) 한 번도 안했다”며 “‘왜 우리 동생에게 그랬냐’, ‘왜 그렇게 괴롭혔느냐’, ‘왜 때렸느냐’ 물어봤더니 나중에 전화를 딱 끊고 받지도 않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숨진 최씨의 발인을 지난 12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사과를 먼저 받아야 한다”며 날짜를 14일로 미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진보정당 등 시민단체가 모인 고인의 추모모임도 만들어져 가해 주민의 사과와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아파트 경비노동자 관련 제도 정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A씨는 “우리 같으면 (갑질사건에) 사표를 내야 되겠다 생각을 하는데 얘(동생)는 딸이 둘 있다”며 “(가해 주민이) ‘왜 너 못 그만 두냐, 갈 데가 그렇게 없냐?’ 그러니까 (동생이) ‘저한테는 어린 딸이 있다’ ‘좀 도와 달라’ ‘딸하고 먹고 살아야 되겠다’ 이렇게까지 얘기 했다”고 토로했다.
입주민 등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최씨는 지난달 21일 주차 문제로 한 50대 주민과 다툰 뒤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을 토로하며 지난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씨는 사망 전인 지난달 말 상해와 폭행, 협박 등 혐의로 가해 주민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가해 주민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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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아파트 입주민이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은 13일 오전 10시 기준 27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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