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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酒) 규제 화끈하게 푼 정부…’치맥’ 보단 ’피맥’이 수혜?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20-05-19 23:00:00 수정 : 2020-05-19 22: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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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생맥주 치킨 배달 메뉴 포함 / 치킨업계 매출 상승 체감 효과 그리 크지 않을 듯 /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 내에서만 맥주 판매 / 맥주 배달 가능해지면 ‘피맥’ 시장 더 커질 듯
bhc치킨 ‘맵스터’. bhc치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주류 제조가 허용된다. 제조 시설을 갖추기 어려웠던 소규모 수제 맥주·전통주 제조업자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주류 규제 개선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 작성에는 기재부 세제실과 국세청 소비세과가 함께 참여했다.

 

임 실장은 "최근 한국 주류 시장은 성장세가 정체돼 있음에도 수입이 증가하고 있어 한국 주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방안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주류 배달을 이용한 홈(Home)술·혼술 확대 등 주류 소비 성향과 규제 사이의 간극을 완화해 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하겠다는 얘기다.

 

이번에 개선된 규제 중 눈에 띄는 것은 '주류의 OEM 제조 허용'이다. 현재 주류 제조 면허는 제조장별로 발급된다. 주류 제조업자가 타 제조장에 "술을 생산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주류 제조 시설을 갖춰 면허를 받은 업체는 타사 시설을 이용해 위탁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전국에 놀고 있는(유휴) 주류 제조 시설은 많은데, 아이디어를 가진 소규모 주류 제조업자는 시설을 갖추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주류 OEM 제조가 허용되면 제조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원가가 낮아지고, 해외에 맡기려던 생산 물량이 국내로 전환되는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소주·위스키 종량세 전환? 정부 “어렵다”

 

다만 관련 업계의 관심이 큰 '소주·위스키의 종량세(과세 대상의 용량에 따라 세율을 결정하는 것) 전환'과 관련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 실장은 '소주·위스키 등 다른 주종의 종량세 전환은 올해 개편안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1990년대에 한-유럽연합(EU)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이 있었다. 당시 '소주와 위스키(양주)는 같은 종류의 술'이라는 결론이 나는 바람에 다르게 적용됐던 관세율을 일원화했다"면서 "소주와 위스키도 종량세로 바꾸려면 소주 세율을 대폭 올리거나 위스키 세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 소주와 위스키는 종량세로 바꾸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신 판매가 허용되는 음식점의 주류 배달 기준도 명시됐다. 주류의 통신 판매와 관련해 관련 고시(주류 통신 판매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에서는 현재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배달하는 통신 판매는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로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로 바뀐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건대점에서 직원이 ‘성수동 페일에일’ 맥주를 따르는 모습.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주류 제조·수입업자의 택배 운반 또한 가능해진다. 현재 주류 제조·수입업자가 상품을 옮기는 차량에 '주류 운반 차량 검인 스티커'를 붙이고, 운전자가 세금 계산서를 지니고 다녀야 한다. 이 차량이 소유·전속 임차 차량이면 문제가 없지만, 택배업체 차량일 경우 스티커를 붙이거나, 세금 계산서를 지니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앞으로는 주류 제조·수입업자가 택배 차량으로 상품을 옮기는 경우 표시 의무가 면제된다.

 

주류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주민등록번호를 적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쇼핑몰은 주류 판매 전 성인 인증 절차를 따로 거치므로 주민번호를 따로 기록하는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성인 인증을 거치면 기록부에 주민번호를 제외해도 된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전통주만 판매할 수 있는데, 판매자는 구매자의 주민번호가 포함된 '주류 통신 판매 기록부'를 작성해 담당 세무서장에게 매월 제출하고 있다.

 

주류 제조업자는 질소가스가 들어간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정부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는 질소가스가 함유된 맥주 제조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주세법에서 질소가스는 맥주 첨가 재료에서 제외하고 있다. 주류 생산 과정에서 첨가할 수 있는 재료를 직접 관리하는 주세법은 '특정 충전제를 포함해 달라'는 제조업자의 건의가 들어오면 위생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해 이를 허용한다.

 

◆기재부 “맥주에 질소가스 넣으면 거품이 크림처럼 부드러워진다”

 

이와 관련해 양순필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맥주에 질소가스를 넣으면 거품이 크림처럼 부드러워진다"면서 "해외에서 주류 제조법이 수입되면서 과거에는 없었던 질소가스 함유 수요가 생겼고, 이를 이번 규제 개선안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매장용' 소주·맥주는 사라진다. 현재 희석식 소주·맥주는 가정용·유흥 음식점용·대형 매장용으로 용도가 구분돼있고, 이는 제품 라벨에 표시돼있다. 이때 슈퍼마켓·편의점·주류 매장 등지에서 팔리는 가정용과 대형 마트 등지에서 팔리는 대형 매장용은 최종 소비자가 구매하는 동일 제품인데도, 용도별 표시에 따른 재고 관리비 등이 발생했다. 앞으로 가정용·대형 매장용은 가정용으로 통합된다.

 

이 밖에 판매가 아닌 홍보 목적의 경우 면허를 받은 주종 이외의 주류 제조를 허용하고, 제품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알코올 도수 변경, 원료 배합 비율 변경 등 경미한 수준의 제조법 변경·추가는 정부 승인이 아닌 신고로 바꾸며, 주류 제조 시설에서 생산 가능한 제품이나 주류 제조 시 생기는 부산물은 주류 제조장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대형매장용 맥주가 진열돼 있다. 이날 발표된 주류 규제 개선안에 따르면 소주, 맥주의 가정용, 대형매장용 판매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연합뉴스

대형 매장 면적 기준은 현행 1000㎡에서 3000㎡로 확대되고, 전통주 양조장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주류의 주세는 면제된다. 주류 소매업 면허를 가진 전통주 홍보관도 시음 행사를 열 수 있게 되고, 주류 신제품 출시 소요 기간은 30일에서 15일로 줄어든다. 맥주·탁주 가격 신고 의무는 폐지되고, 맥주·탁주 납세증명표지 표시 사항은 간소해지며, 전통주 납세증명표지 첩부 의무는 줄어든다.

 

정부는 이런 내용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올해 정기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위 법령 중 시행령은 오는 12월, 고시는 3분기 중 개정을 추진해 규제 완화를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각오다.

 

◆배달시킨 음식값, 술값보다 높으면 얼마든지 술 배달 가능

 

주류업계는 '주류 규제 개선 방안'에 대해 대체로 좋게 평가했다. 일부 주류 관련 규제 중엔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바뀌는 건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규제 개선이 국내 주류업체의 경쟁력을 당장 끌어올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술 가격이나 세금 등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조치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식당의 주류 배달 허용 기준이 명확해진 부분이었다. 현재 주류의 통신 판매 관련 고시(주류 통신 판매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에는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배달하는 통신 판매는 허용한다'고 규정한다.

 

이 내용이 이제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로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로 바뀐다. 다시 말해 배달시킨 음식 값이 술 값보다 높기만 하면 술을 얼마든지 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에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배달'이라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술을 취급하지 않는 식당이 많았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주류의 OEM제조 허용이다. 현재 주류 제조 면허는 제조장별로 발급돼 주류 제조업자가 다른 제조장에 술 생산을 주문하는 게 불가능하다.

 

지난 15일 하이트진로가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 효과로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과시했다. 하이트진로

앞으로는 주류 제조 시설을 갖춰 면허를 받은 업체는 타사 시설을 이용해 술을 생산할 수 있다.

 

주류업계는 이같은 변화가 국내 술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에 맡기려던 생산 물량이 국내로 전환될 수도 있다.

 

한편 업계에선 주류 배달 가능으로 치킨 프랜차이즈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 야식 메뉴 '치맥' 배달이 규제에 벗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선 정부 방침으로 매출 구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봤다. 과거부터 생맥주가 배달 메뉴에 포함돼 있어 사실상 규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 명확성을 제외하면 매출 상승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고 예상하는 이유다.

 

한국피자헛은 오비맥주와 함께 한정판 '피맥 패키지'를 출시, 지난해 5월25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은 피자헛 새 '오리지널 팬 피자'. 연합뉴스

반면 지금까지 주류 배달이 없었던 업종에선 환영하는 목소리다.

 

대표적으로 피자 업계가 꼽힌다. 현재 피자 프랜차이즈는 매장 내에서만 맥주를 팔고 있다. 배달에선 주류를 제외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맥주 배달이 가능해지면 치맥에 이은 '피맥' 시장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다.

 

현재 배달 메뉴는 치킨·피자에서 벗어나 다양화 추세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류 통신판매를 허용하면 배달 메뉴는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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