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의원이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되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그는 당론을 어기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져 당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는 2일 페이스북에 긴 글을 올려 “(검사 재직 당시 경고를 받은 후) 14년 만에, 이번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 비슷한 일로 경고 처분을 받고 보니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민주당에 일침을 가했다.
◆ 琴 전 의원 “선거법 개정안, 위성정당 양산하고 정당제도 근간 무너뜨려”
금 전 의원은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면서 “첫째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예로 들어본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기 조금 전에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역시 당론이고 패스트트랙을 통해서였다”면서 “연동형비례제도를 내세운 개정안이지만, 실제로는 위성정당을 양산하고 우리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당이란 추구하는 강령을 갖고 사람이 바뀌어도 존속하는 제도가 돼야 하는데 선거 직전에 후보 중심으로 급조되고 선거 후에는 합당으로 소멸하는 그야말로 가짜 정당이 속출했다. 심지어 자기네 정당이 민주당의 적자라며 서로 다투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은 “어떤 정치학자도 이번에 개정된 선거법으로 인해서 우리 선거제도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선거제 개혁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고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하면 좋은 것이지만, 실제로 엄청난 퇴행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당론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이런 결과에 책임이 없는가”라며 “당론에 따르지 않은 사람은 징계를 하면서, 민주공화국에서 권력기관보다 훨씬 중요한 선거제와 정당제도를 망가뜨린 일에 대해서는 심지어 사과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도 좋은 의도를 가지고 추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했다”면서 “공수처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무슨 근거로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 “영입 인재들, 조국 관련 질문에 천편일률적 답변… 이해 안 가”
금 전 의원은 또 “둘째로는 좀 더 근본적으로 정치인이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라며 “시민의 대표로서 정치인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 전 소위 ‘인재영입’이 이뤄질 때 발표되는 인재에게 기자들이 예외 없이 던진 질문이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면서 “처음 몇 사람들의 대답이 논란을 일으키자 당 지도부에서는 ‘모범답안’을 제공했다. 그 다음부터는 ‘정치 경험이 별로 없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라는 대답이 천편일률적으로 나왔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금 전 의원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장 관심이 있는, 가장 핫(hot)한 주제에 대해서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을 어떻게 시민의 대표로 내세울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어느 시대에나 논란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 정치인들은 그에 대해서 고민해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당을 향해 되물었다.
마지막으로 금 전 의원은 “경고를 받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걱정이 되는 것은 내가 아니다”라며 “다만 예전에 검찰개혁에 관한 글을 쓰고 검찰총장의 발언을 들을 때와 똑같은 생각이 들 뿐이다. 우리 정치는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며 글을 맺었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고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에 기권표를 행사한 금 전 의원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일부 권리당원들은 금 전 의원을 ‘제명’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론을 따르는 게 국회의원의 ‘의무’인데, 금 전 의원이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경고 처분을 받은 금 전 의원 측은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민주당 내에서도 금 전 의원의 징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회의원이 자신의 소신대로 판단한 것을 가지고 징계한다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국회법에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라는 자유투표 조항이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권고적 당론(반대 가능)과 강제 당론(반대 불가능)은 다른 것”이라며 “윤리심판원의 ‘경고’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고 논란 진화에 나섰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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