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한다며 여행용 캐리어(가방)에 6시간 넘게 가둬 의식불명에 빠트린 계모가 아들이 가방 속에서 몸무림치는 동안 외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충남지방경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A(9)군이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심정지로 발견됐다.
A군은 119구급대원들이 발견했을 당시 심정지 상태였으며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호흡하고 있을 뿐 이틀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충남경찰은 A군의 계모 B(43)씨를 아동학대처벌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1일 현장에서 긴급체포하고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늘 오후에 진행된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지난 1일 오후 1시쯤 의붓아들이 닌텐도 게임기를 망가뜨리고도 자신이 그런 게 아니다고 한다며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라고 한 뒤 밖에서 지퍼를 잠궜다. A군이 웅크린 자세로 누워 갇힌 가방은 플라스틱 재질로 66×44㎝ 크기의 중형 캐리어다. 이후 B씨는 2시간 넘게 외출까지 하고 돌아왔다. 이어 A군이 갇힌 지 6시간가량 지나 가방을 연 뒤 A군이 호흡과 의식이 없자 119에 신고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거짓말을 해 가방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이전에도 아동학대 관련 신고가 1건 접수된 적이 있다고 한다. 경찰은 A군의 눈 주변에서 발견된 멍자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초등학교 3학년인 남자 아이가 숨도 쉬기 어려운 좁은 캐리어 안에서 발버둥을 치며 의식을 잃어갔을 것을 생각하며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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