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나는 군중 속의 한 사람이지만, 미국에서 나는 검은 피부 때문에 늘 표적이었다.”(래리마 마도우 BBC 기자)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로 인해 인종차별에 대한 관심이 세계 각국에서 커진 가운데 케냐 출신 BBC기자 마도우가 미국에서 직접 경험한 흑인 남성의 삶을 털어놨다.
15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마도우는 “지난 여름, 뉴욕에서 부유한 지역으로 알려진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친구의 펜트하우스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며 “그런데 건물 관리인이 나를 데리고는 건물 앞마당을 지나 쓰레기장 뒤편으로 가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엘리베이터에 태웠다”고 말했다. 이어 “위층에 올라가자 친구는 ‘인종차별주의자인 이 건물 경비원이 너를 배달원으로 생각해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쓰게 했다’고 대신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마도우는 당시를 회상하며 “일반 미국 시민들에게서 받는 그런 일상에서의 미묘한 차별이 ‘흑인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경고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한 흑인 남성이 공원 규칙에 따라 그의 개에게 목줄을 채워달라고 부탁했다는 이유로 투자 은행가로 일하던 에이미 쿠퍼는 경찰을 불렀다”며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한 백인 경찰은 조지 플로이드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무릎으로 그의 목을 눌렀다”고 지적했다.
미국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은 1004명이다. 흑인은 미국 전체 인종별 인구의 13.4%에 불과하지만, 경찰 총격으로 숨진 사망자 가운데 흑인은 약 25%를 차지한다. 백인 여성에게 이유 없이 공원에서 신고당했던 크리스천 쿠퍼는 당시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흑인들은 사람들의 억측 때문에 총에 맞기도 한다. 나는 결코 그런 억측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하고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다들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시위 참가자는 “미국에 사는 아프리카 인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와 함께 하고, 우리가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겁니다”라고 외쳤다.
미국 오하이오에서 고등학교 과학교사로 일하고 있는 소말리아 태생의 이프라 우드군은 13살짜리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 우드군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제 아들도 곧 귀여운 아이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비치게 될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아이의 순수함이 다치게 될 것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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