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한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의 폭파로 무너졌다. 연락사무소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남북이 소통할 수 있던 협의 채널로 ‘안정적으로 소통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기대를 모았다.
16일 오후 개성공단 인근 서부전선 지역에서 대형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관측됐다. 한국 군과 정보당국은 폭발음 등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통일부는 이후 “오후 2시 49분쯤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남북 연락사무소는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같은 해 9월 개성에 문을 열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 당시 “당국 간 긴밀히 협의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결과다. 상시 소통이 가능한 시설을 개소하면서 남북관계가 안정화하리란 기대가 컸다.
내부 구조를 보면 4층 건물에 2층에는 남측 인원이, 4층에는 북측 인원이 상주했다. 개소 직후에는 산림협력, 체육, 보건의료협력, 통신 등 각종 분야의 남북간 회담이나 실무 회의도 연락사무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연락사무소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직후다. 당시 남북 소장회의가 중단되는 등 연락사무소 운영에 문제가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연락사무소 운영에 악재였다.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던 남측 인원을 코로나19 예방을 이유로 지난 1월30일부터 철수해 대면 협의까지 중단되며 전화로만 소통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측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고 지난 9일 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이후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머지않아 쓸모없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사흘 뒤 북한이 건물 자체를 폭파시켜버리며 연락사무소는 개소 1년 9개월 만에 사라졌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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