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면서 시속 150㎞가 넘는 고속으로 질주하다 앞서가던 차와 추돌해 두살배기 아이에게서 아빠를 앗아간 2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에겐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한 일명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적용됐음에도 징역 5년형에 그쳐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창원지법 형사3단독 조현옥 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 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27일 오후 9시27분 창원시 의창구 문성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스팅어 승용차를 몰고가다 앞서가던 아반떼 승용차와 추돌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아반떼 승용차 뒷좌석에 탑승한 B(32)씨가 숨지고 생후 1년 된 B씨의 딸이 타박상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A씨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혈중알코올농도 0.083%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혈중알코올농도 0.083%는 기존에는 면허정지에 해당하지만, 지난해 6월 개정법이 적용되면서 면허취소 수준이 됐다. A씨는 그날 시속 158㎞까지 가속을 하다가 사고 직전에야 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겐 2018년 말부터 시행된 윤창호법이 적용됐다. 이 법이 시행된 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낼 경우 법정형이 ‘3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고 윤창호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법이다.
조 판사는 “피해 차량에 같이 타고 있던 어린 딸은 아직도 숨진 아빠를 애타게 찾고 있으나, 사진 외에는 아빠의 사랑과 함께한 시간을 추억할 방법이 없게 됐다”며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 일반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판결이 알려진 뒤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윤창호법이 적용됐다고 해도 형량이 너무 적다”거나 “한 가정을 무너뜨린 죄의 처벌이 고작 5년형이냐”, “이래선 윤창호법이 만들어진 의미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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