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봉쇄 방침을 밝힌 경기도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25일 대규모 전단 살포를 예고한 탈북민단체와 소통이 막힌 가운데 이재명 지사의 공관과 자택에 대한 테러 위협까지 더해져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 “가스통에 불붙일 것”…도청·공관·자택 등 경찰 배치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전부터 수원시에 자리한 도청과 도지사 공관, 성남시의 이 지사 자택에 대해 경비를 강화했다. 각각의 장소에 30명씩 모두 90명을 배치했다. 도 역시 이날부터 도청과 도지사 공관에 10명의 방호요원을 추가로 배치했다. 이는 한 보수 성향 인사가 이 지사 집 근처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이를 막으면 가스통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탓이다.
관련 시설에 대한 경비 강화는 이날 오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보수 성향의 A씨는 도가 최근 대북전단 살포 봉쇄 방침을 밝히자 지난 13∼14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집 근처에서 대북전단 날릴 예정, 식은 죽 먹기’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서자 A씨는 15일과 1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이란 하찮은 인간이 대북전단을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놈 집 근처에서 작업할 것. 경찰들이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난 기꺼이 수소 가스통을 열어 불을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현재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건 25일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동생인 ‘큰샘’ 박정오 대표가 21일 예고한 북한 쌀 보내기 행사를 보류한 가운데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박정오 대표는 인천시의 설득으로 쌀 페트병 보내기 행사를 취소했고, 강화군 석모도 일대에 형성됐던 긴장감도 풀린 상태다.
국민의 눈이 대북전단 살포 행사로 쏠린 가운데 박상학 대표가 정면돌파를 택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최근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파운데이션(HRF)이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대북전단 살포 금지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한 때문이다. 전단 살포가 도가 제시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41조)의 사회재난에 포함되는지를 놓고도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박상학 대표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만나서 얘기하고 싶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 전단 살포 예고한 단체장은 ‘행방불명’…경찰과 살포 대응책 집중 논의
이런 가운데 도는 19일 경찰이 참여하는 전단 살포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광범위한 지역에서 경찰과 도 특별사법경찰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미리 막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는 17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들어 접경 5개 시·군인 연천·포천·파주·김포·고양시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곳에선 오는 11월30일까지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이 전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아울러 도는 같은 날 포천시에 거주하는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이민복 대표의 거주시설에서 전단 살포 설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 집행을 했다. 이어 이 거주시설이 무허가 시설로 확인되면서 20일 포천시에 철거를 요청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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