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음주측정을 위한 것이라도 영장 없이 채혈을 진행한 것은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 황지현 판사는 22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자정쯤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사상구 모라동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이 병원에 도착해 A씨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A씨한테서 술 냄새가 나는 등 음주운전이 의심됐다.
A씨가 사고 충격으로 의식을 잃어 음주측정을 할 수 없자 경찰은 A씨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A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사고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103%로 나와 A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그러나 운전자가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거를 수집하지 않아 증거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황지현 판사는 “경찰이 영장도 없이 채혈했으며, 채혈 뒤에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며 “영장 없이 채혈된 혈액에 기초한 증거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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