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23일 “남북갈등 조장으로 이익을 보는 이가 분명히 있다”며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 단체의 ‘불온한 자금’ 출처와 사용 내역 등의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대북 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행동’이라는 탈북민 단체가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 배후에 남북관계의 긴장을 조성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인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위해) 선의로 모은 돈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 뭉칫돈이 들어갔다”며 정확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어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북한인권운동을 빙자해 남북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대결 구도로 몰아가서 이익을 보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고 의심하며 “진정한 반국가적 행위이기 때문에 불온한 자금이고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미국 CIA 자금 등을 포함해) 국내 자금이 아닌 경우도 있다”며 국내 자금이라 할지라도 근본적 출처가 어디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처 조사를 통해 목적 외의 다른 곳에 쓰였다면 횡령죄에 해당하므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 중으로 수사기관과 인가관청에 조사와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이 지사가 경기도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를 강력히 막을 것이라 발표하자 한 보수 성향 단체 회원이 이 지사 집의 수소 가스통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올려 경찰병력까지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경북 김천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 13~14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집 근처에서 대북 전단 날릴 예정” “이재명이 사는 곳에서 평양으로 풍선 보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등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최근 경기도가 북한 접경 지역을 ‘위험 구역’으로 설정하고 특사경 등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A씨는 15일과 17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이란 하찮은 인간이 대북 전단을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 X 집 근처에서 작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괜히 현장에서 말리다가 다 죽을 것” “경찰들이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기꺼이 수소 가스통을 열어 불을 붙일 것” 등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에 이 지사는 “도가 가진 모든 법령상 권한을 총동원해 안전지대를 설정하고 (관련) 물품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안전지대로 설정한 것을 위협해 나간다면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한 범죄단체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 추적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알렸다.
경찰은 지난 20일 오전부터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과 도지사 공관, 이 지사의 성남시 분동 아파트 주변에 우발 상황에 대비한 3개 소대(90여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했다가 A씨의 신원을 파악한 22일 이를 철수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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