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의 42%를 소유하는 등 부(富)의 불평등이 심각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록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덕룡·이동은·이진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자산가격 변화가 경제적 불평등과 대외경제 변수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순자산 상위 10%는 전체 순자산의 42.1%를 소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11.6%로 금융자산(7.8%)보다 많다. 보고서는 “부동산이 우리나라 가구의 주요 자산임을 시사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 변화가 부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이 소득 불평등 악화로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정부 정책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약한 점이 꼽혔다. 한국의 정부 정책 개입 이전의 소득 분포와 개입 이후의 소득 분포로 계산한 누진성 비율은 0.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평균 0.55%에 비해 크게 낮았다. 소득세와 이전지출 등 정부 정책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클수록 재정 정책의 누진성이 강하다. 실증 분석 결과 누진성이 약한 국가에서는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과 실업률이 소득불평등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득 불평등 개선을 위해 소득 재분배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며 “부동산과 금융소득에 대해 조세 누진성을 강화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 지출을 늘려 실질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시장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격차를 심화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급격히 확대할 수 있어 그 원인을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소득 분배가 악화하면 한계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소득층에 부가 집중되고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은 소득이 감소해 경제 전체의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계소비성향은 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소득 5분위(상위 20%) 소비성향은 1990∼1994년 0.52에서 2015∼2016년 0.37로 떨어지고, 같은 기간 1분위(하위 20%) 소비성향은 0.74에서 0.57로 떨어져 소득이 높을수록 한계소비성향이 더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국내 총소비 증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총소비 감소는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 불평등과 경상수지는 ‘U자형 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초반에는 불평등이 증가할수록 경상수지가 감소하지만, 불평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경상수지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현재 ‘U자’의 바닥 이전에 위치해 불평등의 심화는 경상수지 감소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지금처럼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가 진행되면 불평등이 더욱 심해져 경상수지 적자 전환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통해 성장에 우호적인 경제환경을 만들고, 1분위 소득집단의 소득 안정을 위한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교육격차 해소와 부동산 가격 안정 등 불평등의 원인을 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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