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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후폭풍… 벨기에, 최초로 “콩고 식민통치 사죄”

입력 : 2020-06-30 17:15:18 수정 : 2020-06-30 17: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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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국왕, DR콩고 대통령에 보낸 서신에서 “진심으로 유감”
벨기에 국가원수인 필립 국왕과 부인 마틸드 왕비 부부. 사진은 지난해 3월 방한 당시의 모습. 뉴시스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이 한때 아프리카에서 식민지를 경영했던 벨기에 근현대사를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에서 시작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M·Black Lives Matter)’는 목소리가 옛 ‘제국’들이 모여 있는 유럽 대륙에 울려퍼지고 있다.

 

30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국가원수 필립 국왕이 과거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에 대한 식민통치를 공식 사죄했다. 이는 벨기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오랫동안 벨기에의 지배를 받아 온 DR콩고는 1960년 독립했다.

 

필립 국왕은 “과거 DR콩고 국민들이 겪은 상처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시하고자 한다”며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인종차별이 그들의 고통을 새삼 일깨웠다”고 밝혔다. 필립 국왕은 이같은 내용의 서신을 DR콩고 독립 60주년 기념일에 맞춰 DR콩고 대통령 앞으로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는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까지 DR콩고를 지배했다. 특히 1908년 이전에는 정식 식민지도 아니고 벨기에 국왕의 개인 재산처럼 취급됐다. 수십년간 1000만명 가까운 DR콩고 국민들이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재위 1865~1909) 소유의 고무 농장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다가 살해되거나 병에 걸려 숨졌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1908년 레오폴드 2세는 DR콩고 영유권을 벨기에 정부에 ‘인도’했다. 이때부터 DR콩고에 대한 벨기에의 정식 식민통치가 시작됐다. ‘콩고의 학살자’로 불린 레오폴드 2세는 이듬해인 1909년 사망했다. 

 

이번에 필립 국왕은 DR콩고 정부에 보낸 사죄 서신에서 선조인 레오폴드 2세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레오폴드 2세 재임 당시의) 폭력과 잔혹행위는 벨기에인의 집단적 기억 속에서 여전히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다”는 말로 식민지 시절 벨기에가 DR콩고에 가한 고통, 그리고 인권침해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어떠한 형태의 인종차별과도 싸우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벨기에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옛 국왕 레오폴드 2세 동상 위에 올라가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벨기에는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 끝에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연일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시위대는 특히 레오폴드 2세를 가리켜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 ‘벨기에 역사의 수치’라고 부르며 벨기에 곳곳에 세워진 그의 동상 위에 올라가 모욕을 가하거나 철거를 요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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