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을 제대로 배출하면 70원대 생수병이 7만∼8만원짜리 가방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생수 페트병을 활용해 가방과 의류 제품을 만들고 있는 업사이클링 업체 플리츠마마의 문재현 이사는 페트병의 재활용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플리츠마마는 해외에서 들여온 값비싼 재생원료 대신 국내 폐페트병에서 뽑아낸 장섬유로 가방을 만든다.
문제는 업사이클링할 만한 재활용품이 많지 않다는 것. 문 이사는 “페트병을 재활용하려면 이물질이 없고 깨끗해야 한다”며 “일단 라벨과 음식물이 묻은 채 배출되는 페트병이 대부분이고 수거차량이나 선별처리 과정에서도 오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활폐기물 배출량 급증
오는 3일은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이다. 쉽게 쓰고 버리는 1회용품 사용을 하루라도 줄여보자는 스페인 환경단체의 제안으로 2008년 시작됐다. 지난 10여년간 국민들 환경의식이 높아지고 각종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서울시는 2018년 ‘1회용 플라스틱 없는 도시’ 선언 등 생활폐기물 감량과 재사용·재활용률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몇 년 새 가속화한 1인 가구와 배달 문화 확산으로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다시 늘더니 올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회용품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2018년 서울 지역의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일 평균 9493t이다. 2009년(1만1337t)보다 16.3% 줄긴 했지만 2013년(8559t)에 비해서는 10.9% 증가했다.
생활폐기물의 재활용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1회용품 사용은 크게 늘었지만 폐비닐이나 폐페트병 등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1∼3월 전국 재활용품 선별장에 입고된 플라스틱 총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고된 재활용 가능 자원 중 음식물 오염과 혼합 배출 등으로 선별장에서 폐기되는 재활용쓰레기가 40∼50%가량 된다”고 말했다.
1회용품 등의 선별률과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가정에서의 분리 배출과 수집·운반·선별 과정에서의 2차 오염 방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은평구가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재활용 모아모아 사업’은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모아모아 사업’은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주민들이 직접 유리, 우유팩, 스티로폼, 캔, 비닐, 페트병, 플라스틱, 종이 8가지로 분리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종량제봉투 등 인센티브를 받고 구 입장에서는 재활용처리 비용과 생활폐기물 총량을 줄일 수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모아모아 사업을 진행중인 1개 동 10개 거점의 재활용률이 점차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바르게 분리배출만 해도 재활용률 크게 상승”
재활용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서울 지역 ‘폐비닐·투명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 가 올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다만, 환경부의 ‘재활용 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으로 의무 시행일이 이달 1일에서 12월 이후로 늦춰지면서 서울시 전역에 이 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분리배출제 의무 시행은 연기됐지만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서와 용산, 중랑에 있는 자원순환센터 시설개선 사업을 통해 연말까지 선별처리 물량을 현재 일 평균 130t에서 234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올해 강동·노원·서대문·성북·송파 5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재활용·새활용(업사이클) 제품 판매 및 수리·수선, 교육·체험이 이뤄지는 ‘리앤업사이클플라자’를 2025년까지 모든 자치구에 설치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자원절약 생활문화 확산을 위한 5대 시민실천운동 전개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5대 시민실천운동은 1회용컵과 빨대, 비닐봉투, 배달용품, 세탁비닐 등 5대 플라스틱 제품을 가급적 쓰지 않고 불가피한 경우 최대한 사용량을 줄이며, 사용 후 버릴 때는 분리배출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페트병의 경우 고품질 재활용을 위해선 투명 페트병이 필요한데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연간 8만7000t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비우고, 헹구고, 라벨만 제거해도 재활용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시민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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