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필자에게 특별한 해이다. 처음으로 ‘내 이름을 건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지 꼭 10년이 된 해이기 때문이다. 2010년 말, 필자는 나름 정성스레 글을 써서 출판사를 노크했다. 하지만 20여 출판사 중 단 한 곳도 내 원고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무명 필자의 비애였다. 이를 악문 필자는 이듬해 ‘항상 열려 있는 친구 같은 출판사’를 모토로 직접 출판사를 설립했다.
9년 동안 700여권을 출판하며 필자는 나처럼 인생반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글을 우선시했다. 최근 출간한 ‘우리에겐 세계경영이 있습니다’는 우리 출판사 취지에 딱 들어맞는 책이다. 부제는 ‘가장 먼저 가장 멀리 해외로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2012년 출간된 ‘대우는 왜?’의 후속으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엮었다.
책은 해외여행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1970년대, ‘세계경영’이라는 핵심가치를 품고 낯선 이국땅을 누비며 활동했던 초창기 대우그룹 사람들의 도전과 열정을 담았다. 1976년 나라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 수단에 대통령 영빈관을 세운 사연, 파키스탄의 국가 명운을 건 M-2고속도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이야기 등 해외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들의 놀라운 일화로 가득하다.
그 어떤 선례도 매뉴얼도 없이 낯선 땅에 내던져진 대우인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모든 것이 넘어야 할 벽이었다. 하지만 믿을 거라곤 자기 자신밖에 없었던 이들은 후임을 위해 불도저처럼 험지를 개척했다. 단순한 대기업 직장인의 성공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들은 입을 모아 “돈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보람을 갖고 일했노라”고 회고한다.
책을 내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한때 삼성·현대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한민국 최대 종합상사로 위용을 떨치던 대우그룹의 명맥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다. 그룹이 해체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세계경영에 대한 새 비전이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과정을 통해 면면이 이어져 온다는 점이다.
대우인들은 인구 절벽과 수출 경기가 장기침체 국면에 떨어졌다는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옛 영광을 기억하며 다시 꿈을 꾸고 있다. 초창기 선배들의 비전을 이어받으면서도 변화에 발맞추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새로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청년 인재들의 활약을 보는 독자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권선복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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