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국회와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정부가 정책 실패로 뛰는 집값을 잡지 못하고, 일부 고위공직자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이익을 본 것과 관련해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5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혼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1정책으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입법을 국회와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망국적인 부동산 불로소득이 주택가격 폭등으로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현재는 정책 방향과 정책신뢰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식 백지신탁제를 예로 들어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고위공직자에게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부동산소유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면서 “고위공직자는 주식보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치므로 주식백지신탁을 도입한 마당에 부동산백지신탁을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국토보유세와 함께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최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이 집값 상승을 억제하지 못하자 자신의 부동산 핵심 정책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는 “청와대가 고육지책으로 (제시한) ‘고위공직자 1주택 외 주택 매각 권유’를 환영한다”면서 “향후 ‘실주거용 1주택 외 모든 부동산 매각 권유’로 확대돼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이해관계를 벗어나기 어렵고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라며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부동산 소유자라는 사실 자체가 국민에게 부동산 가격 상승을 암시하므로 정책신뢰를 위해 부동산 소유자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4일 민선 7기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도청사에서 가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주식 이외에 부동산을 포함해 이해관계인의 정책결정권을 배제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에 대한 주식 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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