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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고 유언한 故박원순…“부모님에 못다 한 효도 했으면”

입력 : 2020-07-10 13:08:42 수정 : 2020-07-10 13: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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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와 장기, 생명나눔실천회에 기부 부탁”
서울시 관계자들이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언장이 10일 유족들의 동의하에 공개됐다. 유언장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화장해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오전 박 시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장은 전날 서울시장 공관 책상 위에서 발견됐다.

 

박 시장은 자필로 작성된 짧은 유언장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18년 전 자신이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 책에서도 자신의 유언장을 수록했다. 그는 해당 유언장에서 “이미 안구와 장기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부했으니 그분들에게 내 몸을 맡기도록 부탁한다”라며 “그 다음 화장을 해서 시골 마을 내 부모님이 계신 산소 옆에 나를 뿌려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그 이유에 대해 “양지바른 곳이니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볕을 지키면서 우리 부모님에게 못다 한 효도를 했으면 좋겠다”라며 “원컨대 당신(부인)도 어느 날 이 세상 인연이 다해 내 곁에 온다면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다. 그래서 우리 봄 여름 가을 겨울 함께 이 생에서 다하지 못한 많은 시간을 함께 지냈으면 한다”고 했다. 장례에 대해서도 “내 마지막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부음조차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신문에 내는 일일랑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뉴스1

소박하게 장례를 치러달라는 박 시장의 바람과 달리 많은 이들이 박 시장 조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날 중 시청 앞에 별도 분향소를 마련해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받기로 했다. 박 시장의 장례는 사상 처음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13일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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