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마다 “생수로 조리” 안내문
수도사업소에 보상 요구 빗발
시 “모니터링 강화… 방지책 마련”
“아이를 씻기고 있었는데 유충 소식에 혹시 몰라 필터를 확인했더니 누런 색깔의 벌레가 있었어요. 급한 대로 생수로 샤워를 마쳤는데 언제까지 이런 걱정을 안고 지내야 하는 건지 막막합니다.”
20일 인천 서구 검안동에서 만난 30대 주부 A씨는 ‘유충 수돗물’ 사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안동 등 서구지역 주민들 반응은 대체로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9일 서구 왕길동의 한 빌라에서 수돗물 유충 관련 첫 신고가 들어온 후 전날까지(오후 6시 기준) 인천 지역에서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626건이나 접수됐다. 서구 주민 B씨는 지난 주말 “주방 싱크대 수도꼭지에 설치한 필터에서 가느다란 실같이 생긴 벌레가 걸러진 것 같다”며 “1㎝ 정도 길이의 가느다란 붉은 실 모양으로 꿈틀거리고 있다”고 서부수도사업소에 급히 민원을 접수했다. B씨는 오후 시간에 식사를 준비하던 중 유충이 나와 매우 놀라고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유충 발견 사례는 전날 서구 16건, 계양구 1건 등이 추가돼 모두 166건으로 늘었다. 충격을 받은 주민들은 밥 등 식사 준비를 하거나 샤워 등 씻을 때 수돗물 대신 생수를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지역 맘카페 회원 등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부모들은 ‘수돗물 포비아(공포)’를 호소하기도 한다. 수돗물 유충 여파는 일반 가정뿐 아니라 지역 상권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검단사거리 먹거리촌의 한 식당 유리문에는 ‘우리는 수돗물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정수된 물이나 생수로만 먹거리를 만들고 있어요’란 안내문이 내걸렸다. 식당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다소라도 해소하기 위해 게시했다”고 귀띔했다. 인근 식당도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물이 전부 생수라는 점을 고지했다.
서구 주민들은 1년여 만에 ‘적수 사태’ 못잖은 불편을 겪는 것에 분통도 터뜨렸다. 이 지역은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이 처음 발생한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시 서부수도사업소에는 피해를 본 주민들의 보상을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만일을 대비해 주방과 화장실 수도꼭지에 수돗물 필터를 별도로 설치하는 가정이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들은 개방된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서 유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등 관계 당국의 관리 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제기된 만큼 필터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사실상 ‘100% 인재’로 결론이 난 적수 발생 기간에 생수 구매비와 관련 진료비, 저수조 청소비 등을 실비 보상한 것처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피해 보상비 66억7000만원, 학교 음용·조리수 보상액 9억2000만원, 6∼8월 상수도 요금 면제 144억원 등 모두 331억7500만원의 예산이 지출됐다.
인천시는 그러나 수돗물의 정상 공급이 우선이라며 보상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환경부와 공촌·부평정수장 수계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 외에서 유충이 발견된 건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 14일 해당 유충이 ‘깔따구류’ 일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며 일대 3만6000여가구에 직접 음용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고도정수처리공정을 다시 표준공정으로 전환하는 한편 곤충 퇴치기를 설치하고 청소도 하고 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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