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물류창고화재 사고로 21일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원인과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물을 것”이라 강조했다. 38명의 사상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후 반 년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성격의 물류창고 화재 사고가 또 다시 반복된 것에 큰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용인 화재 현장을 찾은 이 지사는 이날 예정돼 있던 4개 방송 출연 등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 현장을 찾아 사고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신속한 수습과 철저한 원인 조사,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주문했다. 그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떤 이유이든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안전 문제는 그 원인과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물을 것”이라며 “38명의 노동자가 희생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이후 석 달도 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도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도정과 현안에 대한 메시지도 꾸준히 내고 공식 일정도 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로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후 부동산·보궐선거 등 현안과 관련해 ‘사이다 발언’을 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지사가 판결 이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날 이 지사가 방송 출연을 모두 취소하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간 후 이와 관련한 강력한 메시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란 해석이다.
앞서 이 지사는 판결 다음 날 언론 인터뷰에서 “비싼 집에 사는 게 죄인가. 집값 올랐다고 마구 세금을 때리면 안 된다”며 “주택은 가격보다 숫자, 숫자보다 실거주 여부를 따져 중과세해야 한다”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대립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여당의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방안에 대해서도 “그린벨트 훼손보다 도심 재개발과 용적률을 올려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전날(20일) 방송 인터뷰에선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다면 지켜야 한다”며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의견을 밝혔다가 민주당 정청래 의원으로부터 “혼자 멋있기 운동 하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 이 지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은 23.3%, 이재명 경기지사는 18.7%로 각각 집계됐다고 지난 20일 밝혔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선호도 격차는 4.6%p로 오차범위 안을 기록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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