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술이 안보리 제재 대상인지는…관련 당국 간 소통해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제안한 남북 간 물물교환 형태의 교역 구상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우리의 쌀, 약품과 물건 대 물건으로 교역하는 것으로 시작해 상황과 조건이 개선되면 더 큰 교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북제재 관련해 벌크캐시(Bulk Cash·대량현금) 문제가 늘 직접적인 제약조건으로 작용했는데 새로운 상상력으로 뛰어넘어야 한다”며 “인도적 영역에서부터 작은 교류협력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직자는 이날 오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후보가 제안한 백두산 물, 대동강 술 교환에 대해 “사치품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포함된 것”이라며 “술은 (사치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안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므로 관련 당국 간 소통하고, 안보리 관련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목적이 인도주의적이라고 해서 (제재 예외가) 다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관련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가 밝힌 교역 물품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우리 선박이 북한 항구에 입항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오르고, 차량이 북한에 들어가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 되기 때문에 한미 간 대북제재 협의 기구인 워킹그룹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앞서 우리 정부는 2018년 9월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동해선 철도 착공 등 남북 교류 등을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면서 추진할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현물을 통한 거래방식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북한 관련 이슈에는 국제사회 제재가 동반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워킹그룹을 떼놓고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독자적 추진이 가능하다며 인도적 교류협력으로 언급한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이산가족 상봉) 역시 지난해 추진 당시 워킹그룹을 통해 제재 면제를 받아 이뤄졌다. 화상 상봉을 위한 장비가 전자기기라 제재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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