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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공까지… 양심 버린 여행객 여전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0-07-26 10:00:00 수정 : 2020-07-26 11: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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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김포공항 주차장 다시 가보니
카트 방치… 코로나 탓 곳곳 마스크도
잔디밭에는 테이크아웃 컵도 버려져
유모차·참외·볼링공 등 쓰레기 다양
지난 2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인근 주차장에 버려진 볼링공.

비구름이 걷히고 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 2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인근 주차장.

여행용 가방과 상자 등이 가득 실린 카트를 미는 남성은 짐이 떨어질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달그락’ 소리를 내며 이동하던 카트는 이내 차량 앞에 멈췄다. 이 남성은 카트에서 꺼낸 짐을 차에 실은 뒤 다시 카트를 밀고 주차장 입구 근처 보관소까지 가져다 놓은 뒤 손을 탁탁 털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모(38)씨는 “카트를 왜 다시 가져다 놓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당하다는 듯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카트를 원위치에 돌려놓는 것은 여행객의 기본예절”이라고 답한 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떠났다.

제3자가 듣기에도 어이없을 수 있는 질문을 기자가 이씨에게 던졌던 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해마다 여름 휴가철 공항 주차장 실태를 취재한 데서 비롯됐다. 카트를 보관소에 되돌려 놓지 않고 떠나거나 쓰레기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무단 투기하고 사라지는 등 여행객의 추태를 여러 차례 목격해온 탓이다.

이날 카트를 돌려다 놓은 승객과의 만남으로 취재를 시작하면서 ‘올해는 다르겠는데’라며 은근 기대했으나 안타깝게도 주차장을 빙 둘러본 1시간 30분 후에는 ‘역시나’하는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코로나 시국 반영한 마스크도 버려져… 테이크아웃 음료잔 다수도 무단 투기

주차장을 본격 살피면서 처음 눈에 띈 여행객 흔적은 방치된 카트였다. ‘카트 돌려놓기는 당연한 여행객의 예절’이라고 방금 들었는데, 이 카트는 주차장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누군가 여기에 짐을 싣고 와 차에 옮기고는 제자리에 돌려다 놓지 않은 채 떠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 카트 앞에서 실망감에 고개를 저은 뒤 지난 3년간 취재를 토대로 화단과 주차된 차량 사이를 살펴봤다. 쓰레기 대부분은 이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버려져 있었다는 점을 떠올려 과거와 같은 동선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화단 근처에서 버려진 여행용 휴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을 반영하듯 누군가 썼던 비말(침방울) 차단 마스크가 눈에 띄었다. 바닥에 버려진 마스크는 흰색이었는데, 한 블록 정도 이동하니 이번에는 검은색 마스크가 세워진 차량 틈에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테이크아웃 음료 잔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화단 수풀 사이로 빨간색 빨대가 보여 가까이 다가서니 3분의 1 정도 커피가 든 종이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커피가 남은 채 버려진 잔은 전 구역이 실외인 제1주차장과 철제 구조로 지어진 4층짜리 제2주차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주차장 기둥 뒤나 차량 뒷바퀴 근처 등 지나치다 보면 한 번에 발견할 수 없는 장소에 대체로 이들 잔이 놓여 있었는데, 쓰레기를 버리면서 남의 눈에 띌까 신경 쓴 결과로 보인다. 쓰레기통이 주차장 곳곳에 있는데도 거기까지 가기 귀찮았던 모양이다.

◆볼링공이 왜 거기서 나와?

2017년 첫 취재 당시 이곳에서 발견된 쓰레기의 주류는 음료수통과 생수병 등 대개 무더운 계절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후속 취재 때는 공항 카트, 아기가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모차, 면세점에서 나눠준 비닐 가방, 먹지 않고 버린 편의점 샌드위치와 참외 등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쓰레기도 발견됐다.

대체로 여행객이 지닐 법한 물건들이었는데, 지난해에는 거동이 불편한 이를 위해 비치된 여행객용 수동 휠체어가 인천국제공항 주차장에 방치되기도 했다. 이 휠체어는 항공사가 이후 수거해갔다.

“아니 이거 볼링공 아니에요?”

 

이날 주차장 근처에 뒹구는 볼링공을 본 한 여행객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같이 물었다. 이내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지은 이 여행객은 볼링공을 발로 툭툭 건드리는 기자를 보고 다가오더니 “이게 왜 여기에 버려져 있느냐”고 물었다. 그 이유는 기자도 알 수 없었다. 볼링공을 보고 고개 저은 그는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려 공항에 막 왔다고 한다.

차로 빽빽한 김포공항 주차장 모습

버려진 볼링공은 개인 소유로 보이는데, 여행을 가기 전에 버린 것인지 아니면 다녀와서 짐을 차에 싣다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 놓고 간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날 주차장 등에서 만난 김포국제공항 미화 담당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는 이들이 종종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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