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애플리케이션(앱) 전쟁으로 번졌다. 중국의 첫 글로벌 소셜미디어 앱 ‘틱톡’이 미국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미국 내에서도 ‘틱톡’ 몰아내기의 득실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으나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앱 틱톡 퇴출에 사활을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IT 전쟁’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틱톡이 뭐길래… 미국이 문제 삼는 이유는
10∼20대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틱톡은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는 앱이다. 전 세계 150여개 국가에 10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사용자만 4000만명에 달하는 접속자 수 기준 세계 4위의 소셜미디어다.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2016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틱톡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더불어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으로 꼽힌다.
미국의 ‘틱톡’ 퇴출 명분은 미국민의 개인정보보호다. 틱톡은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비롯한 이용자의 각종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민의 개인정보가 언제든 중국에 넘어갈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 내 틱톡 사용 금지가 “특정 회사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한 이유다. 국무부와 국방부 근무자들에게 틱톡 사용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전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는 틱톡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신병 모집 시 틱톡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군이 틱톡을 사용하는 경우 위치와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고 중국 당국에 넘어갈 위험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사실 틱톡의 개인정보 수집은 미국에서 서비스되는 다른 앱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개인정보 수집보다 중국 정부의 검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WSJ는 틱톡이 홍콩시위 등 중국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과 관련한 콘텐츠를 차단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틱톡을 전 세계에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확산하는 중국 정부의 선전선동 창구로 인식하는 시각도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 압박의 선봉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중국 앱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 6일(현지시간) 바이트댄스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의 모회사 텐센트와의 모든 거래를 각각 금지하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거래금지의 정확한 의미는 불명확하지만 미국 매체는 앱 스토어에서 틱톡과 위챗이 제거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우리의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틱톡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허위정보 캠페인에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챗에 대해선 미국인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유출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앱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현실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틱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틱톡은 미국 정부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중국 정부를 포함해 어떤 외국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는 버지니아주와 싱가포르에 저장하고 있다”며 정보 유출은 없다는 입장이다.
◆절박한 틱톡… ‘중국물’ 빼기 안간힘
틱톡은 미국 내 사업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을 제외한 틱톡의 최대 시장인 인도가 최근 중국과의 국경 충돌 이후 틱톡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 6월 말 틱톡뿐만 아니라 위챗 등 59개 중국 앱의 사용을 차단했다. 중국 앱이 인도의 주권과 안보, 공공질서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IT 컨설턴트인 매튜 브레넌은 WSJ에 “틱톡의 미국 내 사용 금지는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영향을 받아 다른 국가들도 연달아 틱톡 사용 금지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틱톡 제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의원들로 구성된 ‘룰(규칙)형성전략의원연맹’은 틱톡 등 중국산 앱을 통한 개인정보의 중국 정부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오는 9월 일본 정부에 중국산 앱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틱톡은 미국 정부의 우려를 불식하고 이미지 전환을 위해 ‘중국물’ 빼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자사와 분리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를 꾸리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지난 6월 월트디즈니 소비자·해외부문 회장 출신인 케빈 메이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틱톡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미국 내 사업 부문을 넘기는 거래 논의에 적극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MS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사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매각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시점은 오는 9월 15일이다. 미국에서 사업을 접고 나가든지 서비스를 미국 기업에 넘기라는 얘기다. 당초 MS와 틱톡 인수 협상을 부추긴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미국 내 틱톡 퇴출을 더 선호하는 쪽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료는 WSJ에 “우리는 틱톡이 완전히 미국 소유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며 “단순히 (미국 기업인 출신 등의) 주주 지분을 증가하는 방식은 미국 행정부가 ‘승리’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틱톡 퇴출의 딜레마… 정치적 역효과 우려
틱톡을 미국 앱 시장에서 제거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히 ‘좋은 거래’일까. 득실을 따져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틱톡 사용자는 특정 정당은 물론이거니와 진보·보수를 구분하지 않는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물론 이들의 어린 자녀들 역시 틱톡을 이용한다. 틱톡을 각별히 애용하는 10대가 잠재적 유권자층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미국 내 10대 틱톡 이용자들이 ‘틱톡을 구하자’는 해시태그를 붙여 게시한 동영상에 무려 7억3000만명이 호응한 점은 심상치 않다. 이는 틱톡이 공개한 미국 내 틱톡 사용 인구 약 1억명보다 7배나 많은 규모다. 틱톡 퇴출 시 그에 따른 후폭풍과 이용자들의 반발이 심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WSJ은 수많은 젊은 공화당 유권자들과 이들의 자녀들이 틱톡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틱톡 사용 금지는 정치적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미국 내 젊은 보수층 그룹인 ‘컨서버티브 하이프 하우스(Conservative Hype House)’는 틱톡을 주요 메시지 발신 및 홍보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트럼프의 재선을 지지하는 ‘트럼프2020’ 해시태그를 달아 올린 동영상 조회 수는 무려 70억회에 달한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해시태그가 달린 틱톡 영상 조회 수는 90만에 그쳤다.
공화당 진영에선 이러한 현실적 정치 상황을 살펴 틱톡을 미국에서 내쫓기보다는 미국 기업이 인수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 법사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MS 같은 미국 기업이 틱톡을 인수하도록 하자”며 “윈윈이다. 경쟁을 지속시키는 것이고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 손아귀에서 빼앗는 것”이라고 올렸다. 틱톡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틱톡과 MS의 인수협상 결과는 글로벌 IT 패권의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며 이미 긴장감이 팽팽한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게 미국 매체의 대체적 평가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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