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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러닝메이트 ‘해리스’… 흑인·여성·젊은층 결집 시도 [美 첫 흑인여성 부통령 후보]

입력 : 2020-08-12 18:31:12 수정 : 2020-08-12 2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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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흑인 초선의원 지명 이유는
트럼프·펜스 백인男 듀엣과 차별화
50대 기용해 세대교체 메시지 효과
아들의 동료와… 본격 대선레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해 9월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해리스 의원을 선택했다. 휴스턴=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는 11·3 대통령 선거의 러닝메이트로 나설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5·캘리포니아주)을 지명했다. 해리스 의원은 흑인 아버지와 인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흑인 여성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주요 정당의 부통령 후보가 됐다. 서남아시아계 출신이 부통령 후보가 된 것도 처음이다. 

 

바이든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와 지지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해리스 의원이 ‘두려움이 없는 전사’로 ‘정상이 아닌 시절’에 자신과 함께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는 “나와 카멀라에게 4년간 대통령과 부통령 직을 맡긴다면 우리가 위기의 나라, 분열된 나라, 혼란스러운 나라를 물려받게 될 것이고,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옳은 것을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는 성취의 실적, 그것이 내가 그를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해리스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조 바이든은 일생을 우리와 함께 싸워왔고, 미국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해리스 의원을 선택함으로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티켓과의 차별성을 최대한 부각했다. 공화당의 백인 남성 2인조와 달리 민주당은 흑인·인도계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소수 인종과 여성 표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77세인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 1월 20일 78세의 나이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4세, 펜스 부통령은 61세여서 50대 중반인 해리스가 젊은 층 유권자에게 세대교체의 메시지도 줄 수 있다. 

 

바이든은 한때 ‘과도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과도기적인 역할을 하고, 4년 뒤 연임하지 않은 채 물러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누가 될지 미국 정가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도 부통령 후보가 차차기 대선의 선두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7월 3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TV 토론에서 해리스(오른쪽) 의원이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디트로이트=AP연합뉴스

해리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인종차별 문제 등을 놓고 바이든에게 날 선 공격을 가한바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캠프 일각에서는 해리스가 충성심이 떨어지고, 독자 노선을 걸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8년 동안 부통령으로 재임한 바이든은 누구보다 부통령의 역할을 잘 안다. 해리스를 낙점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해리스가 필요할 때 대통령을 대행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해리스는 초선 상원의원이지만 법조인 출신답게 의회 청문회 등에서 송곳 질문으로 유명했고,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발군의 토론 실력도 선보였다. 공화당 펜스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흑인 유권자에게 결정적인 빚을 졌다. 그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주 경선에서 연전연패함으로써 탈락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흑인 인구가 많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차지했고, 여세를 몰아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하는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개된 것도 해리스의 발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선언하자 흑인 지도자들은 흑인 여성을 선정하라고 바이든 캠프에 압박을 가했다.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흑인 여성이 민주당에 가장 열정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어 해리스가 여성과 흑인 표 결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난 2019년 11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5차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애틀랜타=AFP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 내 좌파 진영은 해리스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바이든이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민주당 경선 돌풍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좌경화 바람을 등에 업는 데 해리스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리스 의원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난달 말 말했던 것과 정반대로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이 해리스를 골라 약간 놀랐다”면서 “그는 경선에서 너무나 형편없었고, 많은 돈을 쓰고도 2%의 지지율로 마감했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그는 바이든에게 몹시 무례했고, 그런 사람을 발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들은 일제히 해리스 의원의 낙점을 환영하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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