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올라갈수록 학습 효과 커
교육의 많은 부분 비대면 전환
향후 교육생 자발적 참여 중요
코로나19 감염세가 다시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확산됨에 따라, 각급 학교의 수업이 개학 후 2주간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개학과 더불어 선생님 얼굴도 직접 보고 친구들과 어울릴 기대에 부풀어 있던 학생들은, 방역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일단은 실망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미국에 거주하는 조카를 통해 ‘웃픈’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사립 중학교 1학년생 딸은 비대면 수업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어 다행인 데 반해, 유치원에 다니는 4살 아들에게 비대면 수업은 당황스럽고 괴로운 경험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날도 유치원 선생님이 화면에 등장해서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물끄러미 그 장면을 바라보던 녀석이 슬그머니 다른 방으로 가더란다. TV를 켜기만 하면 흥미진진한 만화영화들이 넘쳐나는데 우리 선생님은 왜 저러고 있을까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최근 오프라인 교육을 대신하여 비대면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비대면 교육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기회가 빈번해지고 있다. 비대면 교육은 어찌 되었든 대면 교육보다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지는 만큼, 나이가 어릴수록 비대면 수업의 효과 및 성과는 떨어지리라는 데 큰 이견은 없는 것 같다. 반면 대학생 수준에서는 대면과 비대면 교육 각각의 방식에 나름의 긍정적 측면이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학생들 입장에서는 비대면 교육의 장점으로 학교까지 오고 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고, 다양한 강의 자료를 필요할 때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비대면 교육을 경험하고 보니 앞으로는 대면 교육만을 강조하기보다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해서 강의를 운영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줌을 활용해서 실시간 강의를 진행할 경우 강의실 상황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선에서 강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고, 학생과의 원활한 상호작용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꽤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듯하다. 예전엔 강의실 들어갈 때면 옷차림에 신경이 쓰였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드는 애교 섞인 멘트도 있었다.
반면 학부생의 경우 비대면 수업 시 자신의 카메라를 끄는 경우가 많아 강의하는 입장에서는 학생들 얼굴을 모른 채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듯하여 불쾌함과 불편함이 교차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물론 카메라를 켜 줄 것을 부탁하지만 ‘쌩얼(화장하지 않은 얼굴)이라서요’ 혹은 ‘얼굴도 명백히 개인정보인데 제 얼굴이 찍혀서 나도 모르게 온라인상에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아요’ 등등의 변명 앞에서 강요하기는 어려운 것이 실제 상황이다. 와중에 모두 카메라를 꺼둔 상태에서 우연히 한 학생의 화면이 잡혔는데, 자세히 보니 발가락이었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 굳이 카메라를 꺼두려 하는 이유는 어쩌면 지극히 편한 자세로 강의를 듣기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 에피소드였다.
모 대학 교수는 강의 중간에 ‘10분간 휴식시간을 가질 테니 잠시 나갔다 들어오라’고 한단다. 이때 잠시 나가는 학생들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던 학생들일 테니 출석으로 인정하고, 나가지 않은 채 화면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결석 처리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대학원 강의의 경우는 학부생들과 비교해보면 비대면 수업 방식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학생 수가 적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의 학생이 카메라를 켠 상태에서 책상에 앉은 자세로 적극 수업에 참여한다. 때로는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비대면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비대면 수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나아가 학생들은 비대면 상황에서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이 대면보다 부담이 작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경우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점, 상대방이 누구인지 대신 상대방의 의견 및 메시지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신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학부든 대학원이든 대면 강의보다 비대면 강의를 할 때 훨씬 많은 내용을 다루게 되고 그런 만큼 준비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에 모두 공감한다. 대면 강의실에서는 농담도 할 수 있고 때론 헛소리(?)도 가능하고, 얼렁뚱땅 임기응변도 통하지만, 비대면 상황에서는 누가 내 강의를 듣고 있는지 전혀 정보가 없기에, 농담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통계 수치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의 내용을 빡빡하게 채우게 마련이다. 덕분에 ‘요즘은 강의 때마다 독백하거나 주문을 주절거리는 기분’이라는 고백이나, ‘15주용으로 준비했던 강의안이 12주 만에 끝나 당황스러웠다’는 푸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제 대면을 규범으로 했던 교육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 영역으로 흡수될 것이 확실하다. 교육 콘텐츠의 질(質)은 기본이요 새로운 교수법(敎授法)에 대한 실험에 더하여, 교육생의 성숙한 태도와 자발적 참여 의지가 비대면 교육의 성공을 담보할 키워드가 될 것 같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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