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5일, 한 통의 이메일이 저에게 도착했습니다.
메일에는 개인 신상이 있었지만, 외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알리길 원치 않은 발신자는 같은 날 게재된 ‘[단독] 집안 벽 뜯으니 ‘폐기물’이 잔뜩…인테리어 하다 ‘날벼락’(세계일보 6월15일자 단독보도)’ 기사를 읽고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에 편지를 썼다고 운을 뗐습니다.
요약하면 새로 매수한 주택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서 여러 하자 등의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잔금 액수 조정을 요청하자 담당 업체와 갈등이 빚어지면서, 법정 공방을 벌이기 일보 직전이라는 거였습니다.
A씨(여기서부터는 A씨라 적겠습니다)는 “인테리어 업계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속칭 ‘호구’가 되는 사회 같다”며 “내 사연을 공개해 악덕 업체의 횡포를 조금이나마 알려주길 바란다”고 부탁했습니다.
처음 메일을 받고 3개월 가까이 흐른 최근에 A씨는, 법원 조정을 거쳐 업체의 요구 액수보다 수백만원 낮은 돈에 잔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난생 처음 법원을 그것도 새 집 입주 과정에서 생긴 인테리어 문제 때문에 가야 했다는 점은 A씨에게 크나큰 압박이자 고통이었습니다.
아래는 세계일보가 A씨와 지난 시간 동안 주고받은 내용을 토대로, 그의 개인 신상이나 관련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당사자의 심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수십년간 인생을 살며 처음으로 법원이라는 곳을 들어섰다. 이런 일 때문에 갈 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함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친구의 도움이 정말 고맙다.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어둠 속, 망망대해에서 홀로 표류하는 느낌이었을 거다. 사전 지식 없이 그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만 믿고,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알아보지 않은 게 지금의 일을 만든 것 같다.
공사 시작 전후 업체의 태도가 많이 달랐다. 경력 수십년이라던 담당자는 장판 깔기 원했던 우리 부부에게 ‘나중에 집 팔 때 좋다’며 나무마루 시공을 권했고, 천장이 높아야 보기에도 시원하다는 말로 추가 공사 카드를 내밀었다.
우리 집에 오면 여러분은 깜짝 놀랄 지도 모른다. 욕실 바닥 타일이 붕 떠 손으로 누르면 바닥에 스며들었던 물이 위로 올라오고, 현관 입구 턱을 밟으면 마감재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난다. 수평이 틀어진 방문은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등, 도저히 새 집에서 사는 거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일이 당신을 마주할 거다.
공사 과정에서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다른 인테리어 업체에 같은 사항으로 견적을 냈더니, 총 공사금액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결국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후, 앞서 언급한 하자 등을 이유로 잔금 액수를 조정하자고 했으나 업체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게 지금 상황에 이르게 된 거다.
사전에 확인을 제대로 못한 내 탓도 있겠지만 금액은 부풀리고 공사는 엉터리로 하고, 게다가 적반하장으로 법원 이야기를 꺼낸 업체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 마트에서 산 물건이라면 반품이라도 하지만 그럴 수도 없고 괴롭고 답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쉽게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 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알고 보니 이웃 중에는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인테리어 공사 전후 금액의 차이가 생기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조정 이야기로 다시 가보자. 나, 업체 관계자, 조정위원 이렇게 셋이 대면한다. 여기서 금액 합의가 이뤄지는데,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위원을 남겨둔 나머지 둘 중 한 명은 밖에 나가서 기다리는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
결국 조금 손해 보는 수준에서 합의를 마쳤다. 심각한 하자에 대해서만 금액 합의를 하고 나머지는 내가 추가로 다른 업체에 일을 맡기는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수백만원 낮춘 금액에 조정이 성립된 거다.
어디엔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다만 속으로 끙끙 앓고 겉으로 내놓지 못할 뿐이다. 기분 좋게 새 집 입주를 앞두고 인테리어를 하며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 실망과 분노는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인생공부를 했다고 여기지만, 앞으로 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테리어 업체 선별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어물어 ‘누가 잘한다더라’, ‘그 업체가 좋다더라’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게 여전히 많지 않나. 물론 모든 업체가 다 나쁠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직까지는.
정리=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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