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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기안84 웹툰 여혐 논란에 “질 낮은 만화 있었지만… 큰일 났다. 시민 독재”

입력 : 2020-09-19 07:00:00 수정 : 2020-09-23 13: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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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복학왕’ 여혐 논란에 ‘독자 검열 진짜 심해졌다’ 쓴소리
‘신과함께’ 웹툰 작가 주호민씨. 연합뉴스

 

‘신과함께’로 잘 알려진 주호민(사진) 작가가 최근 논란이 인 기안84(본명 김희민)의 웹툰 ‘복학왕’ 여혐 논란에 자기 생각을 밝혔다.

 

주 작가는 지난 18일 새벽 트위치 인터넷 방송 중 “최근 웹툰 검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누리꾼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주 작가는 “옛날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는데, 지금은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주 작가는 “최근 질이 낮고 보편적인 상식과 인권에서 벗어나는 만화들이 있었다”라며 “만화는 무엇이든지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전쟁의 피해자나 선천적인 장애와 같은 것을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라고 기안84 웹툰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라면서 “과거에 검열을 국가에서 했다면, 지금은 시민과 독자가 한다”고 현 사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 작가는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이 부분은 굉장히 문제가 크다. 큰일 났다”고도 했다.

 

주호민 작가. 트위치 인터넷 방송 갈무리.

 

그는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보통 ‘내 자신은 도덕적으로 우월하니까’라는 생각들 때문인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며 “그러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더 넓히려고 할때 그 생각과 다른 사람이나 작품을 만나면 그들은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또 계몽하려고 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생각의 확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주 작가는 “‘네가 미개해서 내 생각이 맞는 거야’가 아니고, ‘내 생각과 같이 하면 이런 것들이 좋아진다’를 보여줘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들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러니까 그냥 ‘너는 미개한 놈이야’ 라는 식으로 가다보니 오히려 더 반발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게 될 것이고,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힘겨운 시기에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주 작가는 “(어떠한 일이 생겼을때) 만약 사과를 해도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그냥 죽이는 것이다. 재밌으니까 더 패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 작가는 최근 일부 여성 단체들이 ‘복학왕’과 기안84를 계속 비난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분홍색 유니콘’ 사진을 올리며 해당 단체들을 저격하기도 했다.

 

웹툰 작가 기안84. 인스타그램

 

한편, 기안84는 지난달 11일 공개한 웹툰 ‘복학왕’ 304화에서 무능력한 인턴사원이었던 여주인공 ‘봉지은’이 인턴 마지막 날 회식 자리에서 ‘조개’를 깨부수는 설정으로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내용을 담아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조개를 깨부순다는 설정은 20대 초반 여성이 40대 노총각 팀장과의 성관계를 통해 입사에 성공했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논란이 일자 해당 회차의 ‘조개’가 ‘게’로 바뀌는 등 수정됐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기안84의 웹툰 연재를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는가 하면, 그가 출연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게시판에는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여혐 논란’이 인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 

 

기안84는 이번 논란 이전에도 ‘복학왕’에서 30대 여성을 두고 “누나는 늙어서 맛없다”라고 표현해 여성혐오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청각장애인·외국인 노동자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번 논란에 기안84는 지난 13일 ‘복학왕’ 하단 이미지에 사과문을 올리고“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기안84는 논란 이후 ‘나 혼자 산다’에 불참했다가 약 5주 만인 17일 다시 녹화에 참여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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