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공무원이 실종된 사건과 관련, 그의 생사 여부에 대한 추측과 월북 시도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당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우리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전언이 나왔다. 북측은 이 공무원의 시신을 훼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복수의 정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1일 소연평도 해상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47)씨는 원거리에서 북측의 총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은 그의 시신을 수습해 훼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측 경계병이 외국으로부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접경지역 방역 지침’에 따라 A씨에게 총격을 하고, 같은 지침에 따라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이 의도적 도발이 아닌 우발적 사고라는 것이다.
애초 A씨가 전날 오후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됐다는 국방부 발표로 제기된 그의 월북 시도설을 둘러싼 의문도 확산하고 있다. 당국은 A씨가 신병을 비관해 월북할 목적으로 해상에 표류하다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남측에 온 가족이 있는 공무원이 굳이 월북까지 할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반박에 보다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A씨는 결혼을 해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A씨에 대해 “평소 근태 등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양경찰이 조사를 하면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계 당국들은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대로 공개할 방침이다. 군 당국은 북측에 이 사건 관련 사실관계 확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군은 판문점 적십자 채널이나 남북 군 통신선, 유엔사 채널 등을 통해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12시51분 소연평도 남방 1.2마일(2㎞) 해상에서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실종 지점은 서해 소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에서 남쪽으로 10여㎞ 떨어진 곳으로 추정된다. A씨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로, 실종 당일 어업지도선에서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배에선 그의 신발이 발견됐다. 실종 지점이 북측과 가까운 데다 선박에 신발을 벗어둔 정황 등으로 볼 때, 그가 스스로 선박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를 두고 조류에 휩쓸렸다는 설과 월북 시도설이 맞서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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