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공동조사 요청과 군 통신선 복구를 북한에 요청했지만 아직 묵묵부답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전날 주재한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김 위원장 주재로 전날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 강화 문제가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국가적인 비상방역사업을 보다 강도 높이 시행하는 데 대한 해당 문제들이 심도 있게 연구, 토의됐다”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전파 위협을 막기 위한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부족점들을 지적했다. 신문은 “방역 부문에서의 자만과 방심, 무책임성과 완만성을 철저히 경계하고 우리 식대로, 우리 지혜로 방역대책을 더욱 철저히 강구하며 대중적인 방역 분위기, 전인민적인 자각적 일치성을 더욱 고조시켜 강철 같은 방역체계와 질서를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고 이날 회의가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집중된 사실을 전했다.
회의에서는 당 창건 75주년(10월10일)을 앞두고 진행한 당·국가 사업과 재해 복구 현황에 대한 점검과 조직 문제 등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회의 참석은 지난 22일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약 1주일 만의 공개 행보다. 김 위원장이 공개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앞서 전통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해당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5일 우리 국가정보원에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김정은 동지는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빌려 “시신을 찾으면 인도하겠다”면서도 “남측이 수색 과정에서 북한 수역을 침범하고 있으며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남북 공동조사 및 군 통신선 복구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27일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제안하며 남북 간 소통 재개를 촉구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며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해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다음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첫 ‘대국민 사과’를 하며 “김 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전한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개월 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끊긴 군 통신선을 복원해야 한다고 두 차례나 강조하며 남북관계의 반전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피격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등이 담긴 전통문을 발송하며 이례적으로 발 빠른 대응을 보였지만, ‘시신 훼손’ 여부를 두고 남북 간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군은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입장이지만, 북측은 ‘부유물만 태웠다’는 입장으로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북측이 공동조사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북한이 공동조사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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