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쓴 편지에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이례적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공개적으로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양수산부 서해 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씨의 아들 이모군의 편지에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길 바라며 위로를 보낸다"며 이렇게 답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군의 편지가 청와대에 도착할 경우 직접 답장도 쓸 계획이라고 한다.
앞서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전날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할 수 있느냐.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내용이 담긴 이군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이씨가 월북을 위해 북측 해역으로 헤엄쳐 갔다'는 국방부, 해경 등 당국의 조사결과에 대한 반박과 함께 정부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응원 편지나 훈훈한 사연을 담은 편지를 공개하고 감사나 축하의 뜻을 밝힌 적은 있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담은 편지에 공개적으로 답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군의 편지에 비교적 신속하게 안타까운 마음을 밝힌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재차 밝히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씨가 북측 해역으로 넘어가게 된 이유 등 이번 사건 경위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편지가 공개되자 문 대통령을 향해 이군의 목소리에 답변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피살 공무원의) 아들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아버지가 39㎞를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문 대통령에게 질문한다"며 "문 대통령은 이 사건을 언제 보고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고,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답변이 늦어질 경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빚을 가능성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의 친형과 아들 등 유가족이 '월북 시도'라는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를 반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침묵으로 인해 사건이 '정부 대 유가족' 구도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월북 시도' 등 이씨가 북측 해역으로 넘어가게 된 경위에 관한 언급은 피하면서 문 대통령의 사과의 뜻과 함께 시신 수색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아무리 분단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 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환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유가족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에 관해선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며 답변을 유보한 만큼 야당의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공개 답변에 관해 "아들이 듣고 싶은 사실에는 고개를 돌렸다"며 "사람을 죽이고도 큰소리치는 북한의 눈치를 보며 진행되는, 의미 없는 수색을 지켜보자는 게 나락에 빠진 유족에 대한 위로로 적절한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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