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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남획에 씨 마르는 물고기… 어족자원 보호 ‘최후수단’ [뉴스 인사이드]

입력 : 2020-10-10 12:42:18 수정 : 2020-10-10 13: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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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금어기·금지체장 강화
해수부, 광어 금지체장 21→35㎝로
살오징어는 12→15㎝로 늘려 보호
어업인들 소득 급감 우려 반대 따라
당초 계획보다 늦춰지고 대폭 후퇴
경북 포항 죽도시장 한 문어상점에 문어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배에서 하루에 광어(넙치)를 200장(마리), 300장씩 올리고 했으니까….”

 

올해 서해에 넙치가 씨가 말랐다. 예년만 못하다고 했던 지난해만 해도 20인승 낚싯배에 50마리씩은 족히 올라오던 넙치가 올해에는 채 10마리도 구경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군산 비응항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한 선장은 “어종마다 잡히는 주기가 있지만 광어는 2017년, 2018년에 너무 많이 잡아서 올해는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광어가 자리를 비운 서해를 올해는 문어가 채웠다. 20인승 배 한척에서 문어 100마리씩, 많게는 200마리도 족히 낚아 올린다는 게 낚싯배 선장들과 낚시인들의 설명이다. 9월 주꾸미 금어기가 풀리면서 근해에서 ‘주꾸미 대첩’에 나설 채비를 하던 낚싯배들이 문어를 찾아 먼바다로 나간다고 한다. 내년, 내후년엔 문어 씨가 마를 걱정을 해야 할 참이다.

 

해양수산부가 내년부터 넙치의 금지체장을 현재 21㎝에서 35㎝로 대폭 늘리기로 하고, 대문어 금지체중은 400g에서 600g으로 늘리기로 한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넙치와 문어 외에도 11개 어종의 금어기 신설, 금지체장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했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어민들이 오징어를 상자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총알오징어·가자미·대구도 금지체장 강화

 

정부가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강화하는 것은 산란기 알배기 어미물고기와 어린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무분별한 자원 남획으로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지속 감소하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9일 해수부에 따르면 일명 ‘총알오징어’, ‘한입오징어’로 불리는 어린오징어 조업을 막기 위해 살오징어 금지체장을 12㎝에서 15㎝로 늘린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어린오징어 생존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조업과 판매, 소비가 이어지면서 살오징어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5만1000t으로 5년 전인 2014년 16만4000t보다 3분의 2 이상 줄었다. 살오징어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1996년 25만3000t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기름가자미와 용가자미, 문치가자미, 참가자미 4종도 금지체장이 없거나 12∼15㎝이던 것을 20㎝로 통일했다. 어린 가자미를 뼈째 회로 판매하거나 한입 어포, 사료 등으로 유통하면서 최근 어획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청어 역시 20㎝ 미만의 어린 물고기를 양식장 생사료용 등으로 사용하면서 금지체장 20㎝를 신설했다. 고가 어종으로 인기가 많고, 자원 감소 추세에 있는 삼치는 별도의 금어기와 금지체장이 없던 것을 내년부터 5월1일부터 31일까지를 금어기로 지정하기로 했다.

어족자원 고갈은 무리한 어업이 주된 원인이지만 이번 정부 조치에는 낚시 인기 어종도 자원관리가 필요하다는 어업인들의 요구도 일부 반영됐다. 2018년을 기준으로 850만명에 달하는 낚시 인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넙치 금지체장, 문어 금지체중 강화 등은 어업인들이 낚싯배들의 무분별한 남획을 막아 달라는 요구에서 마련됐다. 낚시 인기 어종인 감성돔도 매년 5월1일부터 31일까지를 금어기로 신설하고, 금지체장도 기존 20㎝에서 25㎝로 늘린다.

 

대구는 부산·경남은 1월이 금어기이고, 그 외 지역은 3월로 정해져 있던 것을 내년부터는 1월16일부터 2월15일까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금어기를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이 벌어진 탓이다. 금지체장은 30㎝에서 35㎝로 상향한다.

◆어업인 반대에 애초 계획보다 대폭 후퇴

 

금어기·금지체장을 설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어업인들의 생계가 걸려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도 올해 1월1일부터 시행하려 했던 것을 내년 1월1일로 시행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이나 늦어졌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발표했던 금어기, 금지체장은 이번 발표에서 대폭 후퇴했다. 어업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정’이 이뤄진 탓이다.

 

살오징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에서 살오징어 금지체장을 12㎝에서 19㎝로 강화하기로 했던 것을 이번 개정안에서 15㎝로 대폭 후퇴했다. 애초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이던 금어기도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확대하려고 했지만 어업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어가 소득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 오징어잡이 배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감성돔도 금어기를 4월1일부터 두 달간 시행하는 내용을 입법예고했으나 5월1일부터 한 달간으로 금어기가 줄었다. 대문어도 금지체중을 400g에서 1000g으로 확대하려던 것이 600g으로 늘리는 것으로 조정됐다. 참문어는 앞서 금지체중 300g 기준을 신설키로 했으나 금어기를 설정하는 쪽으로 방향이 수정됐다.

 

어업인이나 낚시인 등 이해단체에 요구에 따라 정부 정책이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며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금어기·금지체장 설정을 위해서 매년 수산자원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요 어종에 따라 자원보호방안, 회복방안 등을 수립한다”며 “지난해 정부가 입법예고한 수준이 자원 회복을 위해 필요한 수준이라는 판단이었지만 어업현장에서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면 규제 준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자원학적 견해와 어업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금어기·금지체장은 자원관리에서 가장 기초적인 수단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하나의 어종에도 다양한 어업방식이 섞여 있는 문제 등이 있어 규제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금어기·금지체장과 동시에 총허용어획량(TAC) 관리를 강화하고, 어선 감척 사업 등을 통해 어업 강도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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