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입국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 부인이 북한 송환을 원한다는 언론 보도에 “국민적인 공감대와 합의과정 아래 처리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북자 김연희씨와 류경식당 종업원들, 조 전 대사대리의 부인 이모씨가 북한 송환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처럼 답했다.
이어 “지금 정부가 일방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려서 송환 조치를 취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태는 못 된다”며 “국회 논의사항이나 국민 공감대를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는 장관 개인의 정치적 소신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 같다”며 “(직전) 20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제기됐던 문제이기 때문에 일정한 공론을 형성해준다면 그런 것을 봐가면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대사대리는 임기 만료를 앞둔 2018년 11월 아내 이씨와 함께 잠적했다. MBC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초부터 10여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 등으로 망명 경로와 동기는 물론이고 자신은 한국행을 원치 않았다고 제보했다. 이씨는 또 북한으로 송환된 딸이 걱정돼 잠적 후 동유럽 모국가에 머무는 동안에도 한국행을 거부했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고 날마다 울면서 요구했다는 게 MBC 측 전언이다. 아울러 이씨는 현재 남편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또 조 전 대사대리 부부의 잠적 당시 17세로 알려졌던 딸은 2018년 11월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외교부가 확인한 바 있다. 다만 딸이 자발적으로 돌아갔는지, 강제 북송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이 같은 보도를 언급하면서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부인은) 의사에 반해 입국한 것이어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처음 입국하면서 국가정보원에서 일정 과정을 거치고, 그 속에서 판단을 하면 꼭 있는 그대로만 전달되지 않는다”며 “본안의 실체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 있는데, 그런 과정을 감안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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