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 새벽에 울린 택배기사의 문자… 나흘 후 사망

입력 : 2020-10-19 10:55:56 수정 : 2020-10-19 16:38:14

인쇄 메일 url 공유 - +

새벽에 동료에 “너무 힘들다” 문자 남긴 후 나흘 만에 사망한 30대 택배 노동자 / 대책위 “명백한 과로사, 처우 개선 시급” / 택배회사 “평소 지병 앓았다고 해… 배송 물량도 적은 편” / 올해 들어 10명의 택배 노동자들 과로 추정 사망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에서 규탄대회 후 올해 사망한 택배노동자 5명의 영정을 들고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택배노동자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후 나흘 만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19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모(36)씨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는 “김씨는 36세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규정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숨지기 4일 전인 8일 새벽 4시28분 한 동료에게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문자에서 김씨는 “오늘 180개 들고 다 치지도(처리하지도) 못하고 가고 있다.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어제도 2시에 집에 도착했다. 너무 힘들다” 등 업무 과중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대책위는 “김씨가 심야, 새벽까지 많게는 하루 400개 이상의 물량을 배송했다”면서 “한진택배는 CJ대한통운보다 한 명당 맡는 구역이 넓어 체감 물량은 2~3배”고 주장했다.

 

이런 김씨 과로사 주장에 한진택배는 김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진택배 측은 “김씨의 평소 배달량은 하루 200상자 정도로 동료들보다 적은 편”이라며 “국과수 부검 결과 평소 지병(심장혈관장애)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김씨가 추석 연휴 전주 하루 200∼300개 배송했고, 한진택배 노동자가 200개를 배송하는 시간은 CJ대한통운 택배 기사가 300∼400개 물량을 소화하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올해 들어 10명의 택배노동자들이 과로 추정 사망했다. 일과건강, 참여연대와 전국택배노동조합 등 6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대책위는 택배 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에는 서울 강북구에서 일하던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김원종(48)씨가 업무 도중 호흡 곤란으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지난 12일에는 경북 칠곡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20대 A씨가 자택에서 숨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에스파 지젤 '반가운 손인사'
  • VVS 지우 '해맑은 미소'
  • 김지연 '청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