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만취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운전 증거를 없애려고 시도했다가 결국 들통이 나 징역형 실형을 살게 됐다. 이 경찰관은 조사 과정에서 “사고 직후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실수로 소주 1병을 마셨다”는 다소 듣기에 민망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50대의 A씨는 현직 경찰관이던 올해 2월 충남 공주시 한 음식집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이동하다가 그만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말았다. 그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견인차 기사에게 자신의 차량을 끌고 갈 것을 부탁했다. 그런 다음 택시를 잡아타고 인근 병원으로 갔다. 거기서 또 다시 다른 택시를 잡아 타고 또 다른 병원에 갔다.
이는 음주운전 행각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알리바이’ 마련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사고 이튿날에는 주점 업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업소 내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지울 것을 지시했다. 주점은 실제로 술을 마시는 A씨 모습이 담긴 영상을 삭제했다.
이 또한 운전하기 전 음주를 한 사실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항변하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추정된다.
뒤늦게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73%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것을 확인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173%면 소주를 4잔가량 마신 상태라는 의미다. 적발 시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A씨는 검찰에서 ‘물을 마시려다 잘못해 술을 마신 것’이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변명을 내놓았다. “사고 직후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실수로 소주 1병을 마셨을 뿐”이라는 A씨의 주장에 담당 검사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전지법 공주지원 이지웅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누구보다 엄정하게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경찰공무원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6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성준)는 최근 2심 판결에서 1심과 똑같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음주운전 사실을 감추기 위해 관련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허위 진술을 종용하거나 중요한 증거를 없애도록 해 수사에 상당한 지장을 줬다”고 A씨를 꾸짖었다. A씨는 현재는 경찰공무원에서 해임된 상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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