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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제로 변신한 불가사리… 경제·환경 ‘두 토끼’ 잡았다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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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9 06:00:00 수정 : 2020-10-29 16: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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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술’ 녹색사업 부상
국내 스타트업, 불가사리 구조체 추출
염화칼슘과 결합, 제설제 부작용 없애
자원 황폐화 주범 오명 벗고 ‘환골탈태’
다른 업체선 ‘리플라’ 박테리아를 활용
플라스틱 선택적 분해 재활용도 높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양식업에 연간 3000억~4000억원의 피해를 주는 어민들의 골칫덩이에서 친환경 제설제로 오명을 씻어낸 해양생물 ○○○○은 무엇일까?’

 

정답은 ‘불가사리’다.

 

불가사리의 환골탈태에 최초로 성공한 것은 바로 국내 한 스타트업이다.

 

눈이 오면 도로 곳곳에 뿌리는 기존 제설제는 공업용 소금이나 염화칼슘을 사용하거나 또는 이를 반반 섞어 활용해왔다. 제습력이 뛰어난 염화칼슘은 물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열을 발생시킨다. 눈 위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눈의 습기를 흡수하고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로 또다시 눈을 녹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염화칼슘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부식이다. 염화칼슘이 녹으면서 방출된 염화이온은 도로의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부식시킨다.

 

겨울철 포트홀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골이나 도로를 달리는 차량 하부에 묻을 경우 쉽게 녹슬게 된다.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염화칼슘이 마르면서 분진이 발생하는데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해롭다. 가로수의 수분까지 빨아들이면서 주변 나무들이 말라죽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스타트업 ‘스타스테크’의 양승찬 대표는 염화칼슘에 불가사리 추출물을 결합한 기술을 통해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양 대표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불가사리의 다공성 구조체가 이온을 흡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연구해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생각을 확장시켰다. 불가사리에서 추출된 구멍이 많은 구조체가 오염의 원인인 염화이온을 흡착해 부식을 억제하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플레이크 형태가 아니라 특수 코팅된 구슬 형태로 만들어 분진도 없고 제설 능력도 뛰어나다.

 

어민들에 손실을 야기하는 해양폐기물에 불과했던 불가사리를 활용해 환경문제도 동시에 해결한다는 장점이 있다. 불가사리는 산호초를 파괴하고, 전복이나 소라 등을 무차별적으로 포식하면서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킨다. 정부는 매년 ㎏당 500~1300원씩 1300~4000t의 불가사리를 사들여 소각 폐기 처리하는 등 수십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정부가 수거한 불가사리를 활용함으로써 예산 절감 효과도 있다. 현재 공공기관 등 수백여개가 넘는 곳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출 지역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기술력과 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녹색기술

 

이처럼 창의력과 뛰어난 기술력을 토대로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녹색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녹색산업은 업사이클링, 미세먼지 저감 등 에너지 자원의 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산업을 가리킨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리플라’는 곤충의 장 속에서 추출한 박테리아를 활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재활용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이 물질재활용(말 그대로 물리적인 방법으로 재사용하는 방식)되는 비율은 22%, 국내의 경우 13%로 저조하다. 타이어나 공업용 연료로 재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섬유나 식품·화장품 용기 등 고품질 제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펠릿(폐플라스틱을 녹인 알갱이)의 순도가 높아야 한다. 단 1~2%의 이물질만 섞여 있어도 고품질 제품으로 재활용이 어렵다. 특히나 생활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PET, PVC, PS, PP, PE 등 다양한 종류가 섞여 있어 한계가 있었다.

 

리플라 서동은 대표는 “박테리아 287종 가운데 47종을 테스트해 현재 플라스틱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능력을 지닌 4종을 발견했다”며 “나머지 240종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폐플라스틱을 녹여 알갱이 형태인 펠릿으로 만들기 직전 단계에 해당 미생물을 투입해 필요 없는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펠릿의 순도를 99.65%까지 높일 수 있다. 이 기술은 지난 6월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

 

2000년 설립된 중소기업인 그린폴은 재활용도가 떨어지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기능성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자원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2014~2015년 폐범퍼를 재활용하고, 폐플라스틱(PP)을 활용해 자동차용 소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세탁기 드럼통에서 발생하는 PP와 유리장섬유를 자동차 엔진 언더커버(엔진 바닥면을 보호하는 구조물)로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해 녹색인증을 획득했다. 일반 플라스틱은 열이나 습도에 쉽게 형태가 변한다. 유리장섬유는 플라스틱의 강도를 높이는 보강재로 주로 드럼세탁기에 활용되는데 재활용이 어려워 전량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생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재활용이 어려운 부직포나 마스크, 의료폐기물에 사용된 연질 플라스틱을 추출해 자동차 휠 가드를 만드는 재료에 적용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에서 성장 추세인 녹색산업… 그린뉴딜 통해 산업 생태계 구축

 

그러나 국내 녹색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 환경컨설팅·연구기관 EBI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녹색산업 평균성장률은 3.6%로, 같은 해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인 2.8%를 훨씬 웃돈다. 2017년 기준 세계 녹색산업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달러(약 1351조8000억원)로 반도체 시장(4204억달러)의 3배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국내 녹색 분야 기업은 전체 5만8000여개 중 90%가 연 매출액 1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으로 규모가 작다. 또 우리나라의 녹색산업 세계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미국(31%)과 유럽(30%), 일본(9.5%) 등에 비해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그린뉴딜을 통해 이 같은 녹색산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나선다.

 

우선 녹색기업이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벤처기업, 중소·중견기업, (예비)유니콘기업(연매출 1000억원 이상 신생 기업) 등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2022년까지 유망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창업자나 스타트업 440개소를 발굴해 창업교육부터 투자 유치, 판로 확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우수 기술을 가진 기업을 선정,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해 기술 및 제품이 상용화될 발판을 마련한다. 더불어 2022년까지 녹색혁신기업 100개 업체(환경부 50개, 중소벤처기업부 50개)는 유니콘기업으로 도약하도록 3년간 연구개발, 사업화, 해외진출까지 성장 전 과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기존 오염물질 배출 비중이 높았던 중소·중견기업 공장을 대상으로 자원 및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녹색전환을 추진한다. 해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100% 이용, 폐수 재순환, 옥상녹화 시설로 냉난방 저감 등 오염물질 순배출이 거의 없는 생태공장 구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2년까지 100개의 업체를 선정해 자원, 공정, 물 이용 등 환경 설비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녹색혁신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녹색 자금을 조성하고,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도록 녹색 금융 제도도 개선한다. 2025년까지 총 1조9000억원을 마련해 기업육성과 환경개선 설비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수소차, 청정대기, 생물소재, 업사이클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 기업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내년부터 2025년까지 2150억원 규모의 민관 합동펀드를 조성한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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