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세제전문업체 ‘에코버’
콘크리트 대신 생분해성 자재 사용
독일 전기전자기업 ‘지멘스’
연구개발비 대부분 환경보호 투자
녹색산업이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짧게는 몇십년, 길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업들이 앞장서서 이익 창출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벨기에의 친환경 세제전문업체인 에코버다. 1979년 환경문제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에코버는 제품에서부터 생산과정 및 생산시설 등 모든 행보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왔다.
에코버는 유럽에서 인체에 축적될 시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인산염을 세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금지하기 전부터 전 제품에 인산염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세제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환경 노벨상’으로 불리는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의 ‘글로벌 500’을 1993년 수상했다.
이 기업의 신념은 1992년 설립한 생태공장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에코버는 환경보존 원칙에 입각해 다국적 녹색 건축가들의 협업으로 생태학적 공장을 세웠다. 공장에서 사용된 공업용수는 갈대를 이용해 정화한 뒤 재사용한다. 공장건물의 대들보와 천장은 소나무를 사용하고, 강철 콘크리트 사용 대신 석탄폐기물로 만든 벽돌을 90% 이상 활용하는 등 생분해성 자재를 썼다. 건물 천장 구조가 서쪽을 향하고 있어 해가 지기 전까지 자연채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사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공장 지붕에 진흙을 깔고 ‘세돔’이라는 식물로 잔디정원을 구성해 생태지붕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세돔은 사막에서 두 달 이상 비가 오지 않아도 자랄 수 있는 식물이다. 생태지붕은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여름과 겨울에 효과적인 온도조절장치 역할을 한다. 여름에는 풀밭에서 태양열을 흡수하고 밤에 맺힌 이슬이 다음날 낮에 증발하면서 시원하게 해준다. 이로 인해 공장에서는 별도의 냉·난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전 제품의 용기를 사탕수수를 활용한 식물성 플라스틱과 재활용 플라스틱을 혼합한 용기로 교체했고, 전 과정 플라스틱 제로화 목표를 추진 중이다.
1847년 독일 베를린에 설립된 세계적 전기전자 기업인 지멘스는 전체 매출의 약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최근에는 이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에너지 기술과 환경보호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이 기업은 일찍부터 기후변화와 탄소 저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제품과 전략을 담은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2015년 9월에는 다국적기업 최초로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포했다. 현재까지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1%까지 감축했다.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친환경적인 산업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도 있다.
덴마크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칼룬보르는 1972년부터 자연생태계의 순환시스템을 산업에 도입했다. 주요 원칙은 한 회사의 잉여 에너지가 다른 회사의 자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정유소와 인슐린생산공장, 화학공장, 시멘트공장, 효소생산업체, 열병합발전소 등 11개 공공 및 민간기업이 한곳에 모여 순환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예컨대 석유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석탄발전소의 냉각수로 재활용한다. 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은 또다시 석유정제 과정에 활용한다.
석유정제 과정서 나오는 분진은 인근 시멘트 회사가 재처리해 사용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사용한 냉각수는 연어 양식장에 공급하거나 인근 주거지 주민을 위한 난방용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업체들이 긴밀하게 자원을 공유하고 재사용함으로써 배출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자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남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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