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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아름다운 축제의 주인공인 억새, 그러나 필자에게는 혼란의 대명사로 느껴지는 식물이다. 식물 전문가로서도 그렇지만, 일반인들도 억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혼란은 일제 강점기에 발표된 대중가요 ‘짝사랑’의 첫 소절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에서 ‘으악새’가 억새인가? 새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 논란은 이미 작사가가 ‘이름은 모르지만 가을에 으악으악하며 우는 새를 떠올려 노랫말을 적었다’라고 말했고, 조류 전문가들은 으악새가 여름 철새인 왜가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해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러나 강원도와 전라도에서는 실제로 억새를 으악새로 불러 아직도 으악새를 억새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두 번째는 억새와 갈대의 혼란이다. 억새와 갈대는 형태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있지만, 일반사람들이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기는 힘들다. 억새 축제로 유명한 ‘화왕산 억새제’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화왕산 갈대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갈대는 꽃차례가 원뿔 모양이고 잎의 표면 전체가 녹색이지만, 억새는 꽃차례가 우산대 모양으로 갈라지고 잎의 중앙맥이 흰색이다. 사는 곳도 차이를 보인다. 갈대는 순천만습지와 같이 주로 낮은 지대의 습지에 자라지만 억새는 산지의 풀밭이나 강가의 모래땅 등 메마른 곳에서 잘 자란다.

마지막으로, 억새류가 식물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동정하기 까다로운 식물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억새류는 14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억새, 물억새, 억새아재비 등 총 5종이 자란다. 이들은 형태적으로 유사할 뿐만 아니라 종간 교잡이 빈번해 중간 형태를 가진 개체들이 많아서 억새류를 구분하는 데에 혼란을 주고 있다.

나에게 억새는 혼돈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가을철이면 변함없이 감동을 주는 매력적인 식물이다.

 

김진석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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