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직후 “법치 무너져… 나라 미래 걱정돼”
“나라 미래가 걱정된다”며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일갈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구치소 재수감을 사흘 앞두고 병원 진료를 받는 등 앞으로 할 수형생활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형이 확정된 만큼 오는 12월 25일 성탄절에 맞춰 특별사면(특사)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나 희박하다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이 전 대통령은 교정시설 재수감을 앞두고 30일 오전 병원 진료를 위해 외출했다. 전날(29일) 대법원은 회사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선고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19분 검은색 카니발에 타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나섰다. 부인 김윤옥 여사가 함께 탔고, 경호원들은 뒤따르는 팰리세이드 차로 동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부터 오래 이용한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장기간 복용할 약도 처방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취재진과 유튜버 등 10여 명이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을 찾았다. 그나마 오전이라 많은 인원이 몰리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 전 대통령이 자택을 나서는 순간에는 대법원 확정 판결 선고 직후인 전날 오후처럼 혼잡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법원은 전날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의 남은 징역형 집행은 오는 11월 2일 서울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날 대법원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이 전 대통령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형량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언론 등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법치가 무너졌다”며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내가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형 확정’이란 사면 요건을 충족했으니 1개월 여 뒤 성탄절 특사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감지된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민 여론이 아직 나빠 청와대가 선뜻 특사 카드를 꺼내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훨씬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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