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로기구(IHO)가 한국 ‘동해’를 병기하지 않고 ‘일본해’를 단독으로 사용할 방침을 굳혔다고 1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단독 보도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국의 주장이 통했다고 자평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수로기구(IHO)가 총회에서 “종이 쪽은 일본해가 남는다. 디지털 쪽은 기본적으로는 전부 숫자 표기”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반면 우리 외교부는 “일본 측이 주장하는 일본해 명칭이 표준으로서의 지위가 격하된다”고 반박했다.
신문에 따르면 IHO는 이날 새벽 온라인으로 진행된 총회에서 ‘일본해’ 표기를 잠정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지난 16일부터 진행돼 18일 종료된다. 일본해 표기는 현재 사용되는 해도집(해양지도)에 한정한다.
또 IHO는 각 해역을 명칭이 아닌 숫자로 표기하는 ‘디지털 해도집(S-130)’을 함께 승인했다.
총회 결정은 출석 국가의 ‘만장일치’가 원칙으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에서 반대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IHO는 1929년 해도집 초반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부터 1953년 작성된 제3판까지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한국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결정에 따라 국제 표준 해도집에서 세계 바다의 경계와 명칭을 부여한 ‘S-23’을 대신해 고유번호가 붙여진 ‘S-130‘이 사용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무국장안이 잠정 승인됐다”면서 “사무국장 보고서에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으로서 일본해를 수용하고 있는 가이드 라인 S-23을 지금까지처럼 계속 현행인 IHO 출판물에 공식적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기재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일본)로서는 수로 관련 업무의 편리성 향상된다”며 “사무국장 보고서를 평가한 후 지지했다. 일본 정부는 정식 채택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해를 단독 표기 중인 S-23이 새로운 표준인 S-130으로 이행된다”고 설명하며 “일본 측이 주장하는 일본해 명칭이 표준으로서의 지위가 격하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은 “디지털 해도 시대의 전환에 맞춰 동해 표기 확산의 걸림돌이었던 S-23을 사실상 제거하고, 동해 표기 확산의 새로운 추진 틀을 마련했다”며 “S-23 개정을 통한 동해 병기를 추진해 오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 완전히 일치하는 방안은 아니지만 현실 여건 하에서 한일 양국의 입장을 나름 균형 있게 반영한 합리적인 안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종이 쪽은 일본해가 남는다. 제대로 일본의 주장이 통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국제수로기구가 ‘출판물’로 규정했다고 반박했다.
이 부대변인은 “IHO 총회 의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고유식별 번호만으로 지리적 해역을 표기하는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는 동안에 기존의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한 IHO의 출판물로서 공개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 협의 결과 사무총장 보고서를 통해 S-23이 더 이상 유효한 표준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수로기구가 공식 확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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