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 필요
계획 있고 2021년 발표하도록 준비”
취임 뒤 TPP 복귀 수순 관측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중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아르셉)이 최종 서명된 것과 관련해 세계 무역 질서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며 강한 견제 심리를 드러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RCEP 서명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아직 당선인 신분이어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고, 질문에 답변하기도 망설여진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 무역 규모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또 다른 25%, 혹은 그 이상인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력 필요성에 대해선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이 지역에서 유일한 경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결과를 좌우하도록 하는 대신 우리가 이 길의 규칙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질서의 규칙을 정하는 데 있어 중국이 주도하도록 좌시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RCEP 서명 이후 무역경쟁에서 미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 때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TPP 복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금 이 순간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망설여진다”며 “나는 매우 철저한 계획이 있다. (취임식인 내년) 1월 20일 여러분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RCEP이 체결됐지만 발효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닉 마로 애널리스트는 비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의 경우 중국에 대한 저항감과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내부 정치상황과 새로운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대한 망설임 때문에 비준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국이 지난 15일 체결한 RCEP은 아세안 10개국 중 6곳, 5곳의 비아세안 회원국 중 3곳이 비준해야만 협정이 발효된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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