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났다. 제방이 무너져 물이 넘친다. 누가 대응해야 하나? 현재 정부조직법상 무너지는 제방은 국토교통부, 넘치는 물은 환경부 책임이다. 제방과 물의 관리주체가 분리되어 있다. 제대로 홍수를 막을 수 있을까?
지난여름 섬진강 홍수가 아직도 생생하다. 제방이 무너졌다. 흙탕물이 넘쳐 마을을 덮치고 키우던 소가 지붕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녔다. 큰 피해가 발생하였고 정부는 피해 복구를 약속했다. 홍수 주무부처인 환경부 장관은 현장을 다니며 대책을 지시했다. 그러나 환경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많지 않았다. 홍수 통제나 댐 운영과 같은 물만 관리하기 때문이다. 무너진 제방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응해야 한다. 하천은 국토교통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홍수 주무부처가 아니다. 환경부는 주무부처이지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국토교통부는 실제적 대응을 해야 하는데 주무부처가 아니다. 홍수를 담당하는 국토부 중앙조직은 한 개 과에 불과하다. 환경부 장관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물관리 일원화 이후의 상황이다. 수량과 수질로 분리된 물관리 업무를 일원화하였다. 국토교통부의 수량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의 논란이 마무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수량과 수질을 통합하기 위해 하천과 물을 분리한 것이다. 물은 환경부로 이관하고 하천은 분리하여 국토교통부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물과 하천은 분리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도 하천과 물의 관리를 이원화한 적은 없었다. 치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치수의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른다. 그 역사 속에서 물과 하천은 분리된 적이 없었다. 수량과 수질 통합을 위해 치수는 하천과 물로 분리되었다. 정치적 타협의 결과일 뿐이다.
하천은 물이 흐르는 길이다. 상식이다. 물과 하천의 분리는 상식적이지 않다. 학문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물 없는 하천, 하천 없는 물을 상상할 수 없다. 수량 수질 통합의 명분을 위해 상식이라는 실리를 저버렸다. 모든 것을 통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분리해서는 안 될 것을 억지로 나누어 놓을 수는 없다. 강과 물을 나눌 수는 없다.
홍수에 대한 기억은 두세 달 정도에 불과하다. 그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 내년 홍수가 오기 전까지 홍수는 관심 밖의 일이 될 것이다. 잊기 전에 올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하천관리 업무 통합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국회에는 하천관리 일원화에 대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홍수는 우리의 기대에 따르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8월의 홍수가 증명해 보였다. 내년에도 홍수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와 똑같은 홍수 대응의 문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여름 홍수를 기억하는 국민들이 묻고 있다. 제방이 무너져 넘치는 물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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