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편견’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자신의 저서에서 고령자의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것과 관련해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 후보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저서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2015년)를 보면 그가 자신이 맡은 칼럼인 ‘기로에 선 주거 불평등 문제와 개선 과제’ 가운데 세대 간 주거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는 대목에서 “2014년 기준으로 40세 미만 가구의 자가주택 보유율은 32.8%에 불과하지만, 60세 이상 가구의 보유율은 73.9%에 이른다”며 “자가주택 보유율이 높을수록 주택 가격 하락에 저항하는 보수적 성향을 띨 확률이 높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어 변 후보자는 “우리나라에서 고령자일수록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과거 경제성장 경험과 지역 기반 네트워크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보수정당일수록 각종 개발사업과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 자신들의 주택 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산세나 소득세 증세를 통한 복지비용 확대를 주장하는 진보정당보다는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자산 차익이나 임대료 수입으로 안정적인 노후 복지비용을 조달하도록 지원하는 데 적극적인 보수정당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대목은 박근혜 정부가 주택 정책을 과도하게 정치적 지지층에 의존하게 되면 청년층 주거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수 있음을 경계한 의도로 보인다. 다만 변 후보자가 언급한 대목은 보수정권은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집값 부양 정책을 펴고 진보정권은 그 반대의 정책을 편다는 견해를 드러내거나, 정치성향에 따라 지지층을 의식한 주택 정책을 편다는 ‘정치적 편견’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야당이 송곳 검증을 벼르는 가운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유대 관계와 부동산 정책 철학에 대한 공격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2011년 발간한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며 “영국에선 보수당과 노동당의 투표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는데, 보수당이 자가 소유 촉진책을 편 것은 정치적으로도 계산된 것이라는 뜻”이라고 부동산 정책의 정치적 성격을 설명한 바 있다. 책의 일부 내용에 불과하지만, 부동산 정책 책임론이 거론될 때마다 소환되는 발언이다.
한편 변 후보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지낼 당시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는데, SH로 가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뉴타운 사업을 맹비판한 바 있다. 변 후보자는 공동저서인 ‘실패한 정책들’(2015)에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추진한 뉴타운 사업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 목표도, 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돼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집값만 올려놓았고 저렴한 임대주택의 멸실만 초래했다”고 혹평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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