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등 희귀 새들이 전북 만경강에서 중류에서 다수 관찰됐다. 환경단체는 멸종위기종이 찾을 정도로 하천 생태경관이 뛰어난 해당 구역을 자연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지속 가능한 희귀조류 서식지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관계 기관에 요구했다.
7일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만경강 중류 지역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1주일간 철새를 모니터링한 결과 황새 3마리를 발견했다.
황새들은 익산천이 흘러드는 만경강 두물머리 모래톱 근처 수심이 얕은 수역에서 분주하게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가 하면 물가에서 잠드는 모습도 확인했다.
또 이곳에서는 희귀 텃새인 흰목물떼새와 월동 준비 중인 알비노 큰기러기, 멸종위기종 2급인 노랑부리저어새 등 보호종들도 함께 포착됐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한 황새들은 다리에 밴딩이 없는 것으로 볼 때 국내 복원 종이 아닌 월동지를 찾은 야생 개체로 2주 전쯤부터 관찰됐다”고 밝혔다.
황새는 세계적으로 2500여마리에 불과하고 월동지로 한국을 찾는 개체도 매년 50∼60마리에 그칠 정도로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황새가 만경강을 월동지로 선택한 것은 하천 생태계가 건강하고 서식 환경이 뛰어남을 의미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또 “만경강 하천환경 정비 사업으로 수변 경작지가 물억새로 가득한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사람의 접근을 차단했다”며 “지난여름 장마와 폭우로 모래톱이 늘고 작은 섬이 자연스레 형성돼 겨울 철새에게 좋은 월동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만경강 익산천 합수부 인근 수역을 찾은 멸종위기종 2급 큰기러기(알비뇨) 한쌍이 한가로이 월동하고 있는 모습이 망원 카메라에 포착됐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하지만 황새가 찾은 두물머리 등 일대 모래톱에는 주말인 지난 6일만 해도 낚시객 20여명이 몰려들어 겨울새들의 월동에 방해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간혹 농경지와 맞닿은 수변 억새에 방화가 일어나는가 하면 모터 글라이더 비행이나 군부대 헬기 운항도 이들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 측 설명이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멸종위기종이 확인된 만경강 겨울 철새 서식지를 보존하고 생물다양성과 경관 자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대 구간을 자연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자체에 요구했다. 자연환경 보호구역은 생물 다양성 증진과 경관 보전을 위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하천 관리방안으로 꼽힌다.
단체는 “영농활동 등 지역 주민의 재산권 침해 정도가 낮고 농작 등 기존 행위가 허용되며, 마을 체험이나 생태관광과 연계 가능성이 높은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도 검토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하천과 수질을 관리하는 익산국토관리청과 전북환경청에 대해 “만경강 하천환경사업에 특별보전지구를 넣고 모니터링과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만경강이 흐르는 완주, 전주, 익산 등 일대 지자체에 대해서는 “수변 공간에 체육시설을 늘리기보다 유역 논밭과 주민에게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보전·증진 활동을 지원하는 지불계약제를 확대하는 데 노력한다”고 밝혔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