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정화 비용 책임 놓고 양측 팽팽
미국 "SOFA 규정따라 의무 없다"…한국이 우선 부담키로
서울 용산기지 일부를 포함해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전국 12개 미군기지가 한국에 반환됐다.
정부는 11일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개최해 서울과 경기 일부, 대구 남구, 경북 포항, 강원 태백 등에 있는 미군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은 용산구 국방부에서 가진 회견에서 “기지 반환이 지연될 경우 지역사회가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이 심화할 것이므로 반환 절차가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해 12곳의 반환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반환된 12곳의 미군기지 총면적은 약 146만5000㎡ 정도. 여의도 면적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우선 용산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의 스포츠필드와 소프트볼 경기장 등 2개 부지(5만㎡)가 반환됐다. 이 부지는 용산공원 조성 용지다.
한·미가 합의한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YRP)에 따라 전국의 주한미군 기지 80곳에 대한 반환 작업이 시작된 이후 용산 미군기지(203만㎡)의 일부가 반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용산의 캠프 킴(5만㎡), 미8군 종교휴양소(2만㎡), 한남 외국인 아파트 거주자 지원시설인 니블로배럭스(3만㎡), 서빙고 부지(5000㎡)와 중구의 극동공병단(5만㎡) 등도 돌려받는다.
정부는 캠프 킴 부지를 공공주택 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극동공병단 부지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의정부 캠프 잭슨(17만㎡), 하남 성남골프장(93만㎡), 동두천 캠프 모빌 일부(1구역·6만㎡) 등 3곳이 반환됐다. 아울러 대구 남구 캠프 워커 헬기장(7만㎡), 경북 포항 해군포항파견대(1만㎡),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 일부(2만㎡)도 대상에 포함됐다.
반환에 합의한 기지는 기지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지역 개발을 위해 조속한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곳들이다.
이번에 12개 기지를 돌려받으면서 총 80곳의 반환 대상 미군기지 가운데 12곳만 남게 됐다.
한·미는 이번 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 4개 미군기지 반환 당시와 마찬가지로 환경오염 정화 비용은 한국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비용 분담은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오염 책임과 정화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이 예상된다.
오염 정도에 따른 미국의 정화 책임을 어느 정도를 할지를 놓고서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는 2009년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서(JEAP)에 따른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에 따라 확인된 오염은 미국 측이 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지난 70년간 10만명당 1명이 암에 걸리는 수준의 오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측은 최근 3~5년 내 발병이 확실한 수준의 오염이 KISE(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미측은 SOFA 규정 제4조에 따라 기지 반환 시 오염 정화 의무가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제4조는 ‘합중국(미국) 정부는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합중국 군대에서 제공되었을 당시의 상태로 동 시설과 구역을 원상회복 또는 보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불평등 규정인 셈이다.
미측은 이 규정을 원상회복 의무가 면제된 것으로 해석하지만, 정부는 미측의 정화 의무까지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며 반박해왔다.
헌법재판소도 2001년 판결에서 SOFA 4조 규정은 “미국의 정화 의무 면제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작년 12월 반환된 원주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등 4개 기지의 환경 오염정화 비용(1100억원 추정)도 정부가 우선 부담하기로 했다.
이번에 반환되는 12개 기지의 오염 정화 비용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앞으로 부담하게 될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추후 방위비분담금에서 상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측과 협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오염 정화 책임과 관련해 미측과 협의를 지속하면서 독일의 경우와 같이 우리 국내법에 따라 환경오염에 대한 정화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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