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카드를 꺼내든 이낙연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발이 거세자 지도부를 소집해 의견 조율에 나섰으나 ‘당사자 반성’과 ‘국민적 공감’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확인했다.
이 대표는 당대 반대 기류를 확인했음에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사면론’ 관철 의지를 드러내 후폭풍이 정치권에서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에서 금기시됐던 사안을 여당 대표가 공론화하자 당장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중진 우상호 의원,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박주민 의원, 그밖에 지지층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정청래 의원, 김남국 의원 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누구 마음대로 사면을 요청하냐”, “당장 사퇴하라” 등 반대글이 빗발쳤다.
당내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간담회 종료 후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사면 건의 등 향후 절차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경청해 나가면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그렇게 공감을 이뤘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4일 더불어민주당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당사자의 반성’을 조건으로달자 “시중의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고 맹비난했다.
이 고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면 관련 “(수감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인·강도나 잡범도 아니고, 한 나라의 정권을 담당했던 전직 대통령들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사자들 입장에선 2년, 3년 감옥에서 산 것만 해도 억울한데, 내보내 주려면 곱게 내보내 주는 거지 무슨 소리냐”며 “대법원 판결은 판결이고, 정치적 보복에 대한 억울함은 (별개)”라고 했다.
사면을 단행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사면에는)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지 않나. 찬성을 택하느냐, 반대를 택하느냐는 것은 사면권자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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