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재벌 외손녀이자 인플루언서 황하나(33·사진)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서울서부지법은 7일 오전 10시30분부터 권경선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황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황씨는 이날 오전 9시54분쯤 검정 패딩 차림에 모자와 마스크,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전부 가린 채 법원에 도착했다.
심사는 약 1시간 정도 진행됐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치장에서 대기하기 위해 법원 밖으로 나온 황씨는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지인(연인)의 극단적 선택에 책임을 느끼느냐’, ‘마약 총재 바티칸 킹덤을 만난 적 있느냐’ 등 쏟아지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짧게 답한 채 호송차에 올랐다.
이날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따르면 5년 전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뒤 2번이나 탈주했다가 붙잡힌 박모(42)씨가 수배 중 마약을 국내에 대규모로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씨는 ‘마약왕 전세계’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명 마약상으로, 그를 통해 국내 수도권에 대규모 마약을 유통시킨 총책이 텔레그램 아이디 ‘바티칸_킹덤’을 쓰는 A(26)씨다. 그는 지난해 시중가 10억원 규모의 마약을 국내 유통했다.
경찰은 A씨를 비롯해 유통·판매 관계자 28명을 검거해 일부를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리고 A씨의 동료이자 국내에 마약을 공급하는 일원 중 한 명이 황하나의 지인 남모(20대)씨로 추정된다. 남씨는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황씨의 옛 연인 오모(29)씨의 오랜 친구다. 남씨 역시 ‘마약왕 전세계’ 박씨의 마약유통·판매 조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황하나, 집행유예 기간 또 마약 혐의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황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4일 “황씨의 마약 투약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여러 개를 입수했다”면서 황씨와 연인 관계였던 오씨, 오씨의 오랜 친구인 20대 남씨가 나눴다는 대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 따르면, 남씨가 “우리 수원에서 (필로폰 투약) 했을 때 있지, 그때는 진짜 퀄(퀄리티)이 좋았어”라고 하자, 황씨는 욕설을 내뱉으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황씨는 또 “내가 2015년 했던 뽕인 거야”라며 마약을 구해온 사람이 누구인지 털어놓았다.
이에 오씨가 “마지막 그때 놨던 뽕”이라고 하자, 황씨는 “그게 ○○이야. ○○. 내가 너희 집 가서 맞았던 거. 내가 훔쳐 온 거 있어. 그거야, 그거 좋아 미쳤어 그거”라고 말했다.
세 사람을 잘 안다는 지인은 마약 투약이 지난해 8월 이후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황씨 등 세 사람이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수원에서 함께 마약 투약을 하며 거의 동거하다시피 살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난달 17일 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중태에 빠졌고, 닷새 뒤에는 오씨가 경찰에 출석해 예전 진술을 번복하겠다고 밝혔다.
오씨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황씨의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오씨는 진술을 번복하지 못하고 이틀 뒤 자신의 집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서에는 “황하나를 마약에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약혼녀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황씨는 지난 2018년 파혼했다. 그는 지난 2015년 5∼9월 서울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황씨는 지난해 11월8일 2심에서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오며 “1심에서 선고했던 약물치료도 주말에도 성실히 받고 있다”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바르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황씨는 지난해 11월 명품 의류 등을 훔쳤다는 내용의 절도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와 관련한 피해자 진술을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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