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말~9월 정인양 학대 의심 신고 접수돼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학대를 받아 사망한 ‘정인이 사건’의 양모가 한시적 재난지원금을 정인이 몫으로 수령 가능한지 문의한 사실이 알려졌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제출받은 상담·가정방문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정인이 양모 장모씨는 지난해 7월2일 아동의 ‘한시적 재난지원금’ 관련 문자를 받고 자신의 가정이 수급대상인지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상담원은 이미 입양이 완료된 점을 들어 수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난지원금은 가족 단위(4인 기준 100만원)로 지급됐기 때문에 입양 전 아동은 별도 이의신청을 통해 신청이 필요했기 때문에 장씨는 자신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지 문의한 것으로 보인다.
장씨가 ‘정인이 몫’ 재난지원금을 문의한 시점은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어린이집을 방문해 정인양에 대한 폭행 흔적(쇄골에 난 실금)을 발견한 지 일주일 뒤로 확인됐다. 이때는 정인양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돼 온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말 어린이집 원장은 정인양 허벅지에 멍 자국을 신고했고, 6월에는 양부모의 지인이 ‘차량에 홀로 방치됐다’고 신고하는 등 지난해 9월까지 학대 의심 신고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김도읍 의원실이 입수한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양을 상습 폭행했다. 공소장에는 정인양의 좌측 쇄골(빗장뼈)과 좌·우측 늑골(갈비뼈), 우측 대퇴골(넓적다리 뼈), 우측 척골(아래팔 뼈), 후두부 등에 골절상이 있다는 사실이 적시됐다.
학대치사 혐의 관련해서는 ‘장씨가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하여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을 발생하게 하는 등 복부 손상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이 명시됐다.
하지만 장씨는 5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정인양 사진과 영상 등을 보내며 “잘 놀고 잘 먹고 있다”며 학대 사실을 은폐했다. 정인양 신체에 난 상처에 대해서도 “아토피와 건선 등으로 귀와 몸 등을 많이 긁어서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고 둘러댔다.
장씨는 지난달 9월18일 상담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아이가 요즘 너무 말을 안 듣는다. 일주일째 거의 먹지 않고 있다”며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상담일지에 따르면 홀트 측은 정인양의 병원 진료를 권했지만 양모는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회피했다. 체중 감소로 다시 신고가 접수됐던 9월 말에는 정인양 양부가 상담원에게 “아동에 대한 감독이 강화된 데다 홀트에서도 자꾸 확인하려 해 양모가 불편해한다”며 앞으로 자신과 연락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장씨 변호인은 전날 연합뉴스를 통해 “장씨가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다”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인양 학대 관련해서는 “장씨가 ‘체벌 차원에서 했던 폭행으로 골절 등 상처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변호인은 “소파에서 뛰어내리며 아이를 발로 밟았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장씨는 이 같은 의혹이 있다는 얘기를 듣자 놀라며 오열했다”고 말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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