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이 본격적으로 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남 대통령' 여망 속에 '이낙연 대세론'을 추동해온 호남 민심이 새해 벽두 이낙연발 사면론에 크게 출렁거리는 모양새다.
새해 들어 발표된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호남에서까지 이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13일 한길리서치의 범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자신의 최대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 29.1%의 지지율로 이 지사(26.4%)와 근소한 격차를 보였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호남 전체에서 6.4%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심장 격인 광주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형배 의원은 전날 호남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지사 지지를 공개 선언해 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민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의 재집권을 위해 시대 상황을 누가 제일 잘 이끌어갈 것인가를 보면 이 지사가 낫다는 판단"이라며 "사면론은 촛불 시민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던 이 대표의 사면론이 호남 민심에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 '당사자들의 반성과 사과'가 사면론의 전제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은 지난 5일 "심판과 청산도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사면을 제안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전남 국회의원 6명은 지난 8일 이 대표를 만나 사면론에 대한 호남 여론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의 한 의원은 "이 대표의 리더십에 실망과 의구심이 생기던 차에 사면론이 나온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의 캐릭터나 개혁성에 호응하는 호남 여론도 만만치 않게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반전의 계기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보고 있다.
사면론과 관련한 호남 여론을 수습하면서 이 지사와 다른 차원의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중진 의원은 "호남의 가장 큰 판단 기준은 정권 재창출이고 누가 가장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를 볼 것"이라며 "이 대표가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수도권 등에서 선전한다면 호남 민심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다선 의원은 "지금은 약간 섭섭해하는 것이지 이탈한 것은 아니다"며 "과거 선거에서 김대중 대통령 때처럼 선거판이 열리면 호남은 이 대표에게 몰표를 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 주자 외에 제3 후보가 극적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정 총리나 전남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전히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이유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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