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매 초기 상태라고 보고 임기 도중 대통령직을 박탈하는 방안까지 비밀리에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BS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을 25년간 제작한 PD 출신인 아이라 로젠은 최근 방송 제작 후기를 담은 저서 발간 기념으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젠은 그의 책에서 배넌이 트럼프가 초기 치매 증상을 보였고 이 때문에 ‘내각이 대통령의 정신건강 상태가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투표를 통해 대통령직 박탈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25조를 적용, 트럼프 직무를 박탈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검토했다고 기술했다.
배넌은 로젠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다룰 필요가 있다”며 “내가 결단코 당신을 나쁜 방향으로 조종하는 게 아니다”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배넌은 60분에 출연하면서도 수정헌법 25조를 언급하진 않았다. 로젠은 배넌의 60분 출연에 대해 “역대 최고의 정치 분야 인터뷰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배넌은 60분에서 수정헌법 25조건을 언급하는 걸 원치는 않았다. 배넌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배넌은 트럼프에 대해 절망감이 컸다고 한다. 트럼프와 만난 공화당 의원들이 그가 치매에 걸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린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NYT) 칼럼 내용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배넌은 최근 트럼프가 추진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모금한 돈 일부를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다. 트럼프는 퇴임 직전 배넌을 포함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무더기 사면했으나, 뉴욕 검찰은 배넌의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