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는 전·현직 대변인은 “강선우·박희태”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2007년 한나라당 부대변인, 2009년 국회 부대변인 등을 거쳤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요청에 국민의힘 대변인을 맡게 됐다. 오랜 대변인 경력을 가졌지만 정제된 언어로 당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지금도 텔레비전, 책, 동네 주민 이야기 등 주변 모든 것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인다. “대변인은 봉사하는 자리”라는 그는 임기 뒤에도 “국민의 대변인으로서 국민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을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정당 대변인 생활과 그 보람, 고충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변인의 일과가 궁금하다
“당번 전날부터 (논평 관련) 아이디어를 낸다. 다음날 어떤 이슈가 있고, 그 이슈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대응할지 미리 구상해둔다. 아침 5시면 일어나 조간신문 등 언론 보도를 보고 그날 논평을 어느 방향으로 내야 할지 구상해 작성한다. 보통 오후가 되면 정론관에서 당 입장 관련 브리핑,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이후 저녁 때까지 그날 논평에 대한 온마이크 브리핑 등을 한다. (이 과정에)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논평 쓸 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텔레비전이나 책을 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을 때, 모든 게 스승이다. 부동산 관련 내용이면 동네 사람들, 전문가에게서나 부동산에서도 얘기를 듣는다. 이런 걸 종합적으로 소화해 얘기한다. 그렇게 안테나를 끊임없이 세우면서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으론 마음 속의 어떤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게 옳다 생각하면 그걸 주장하고 나가는 거다. 대부분 당과 의논해 의견을 내지만 일일이 다 물어보기는 힘들다. 티타임이나 공식 회의 시간에 비대위원장님이나 원내대표님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의원 전체가 들어가 있는 카톡방 여론은 어떤지 끊임없이 안테나를 세운다. 그러다 제가 갖고 있는 나침반의 방향에 맞으면 의견을 낸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예결위원이자 대변인으로서 돌봄예산 얘기를 했었다. ‘왜 초등학생만 줘야 하느냐, 중고등학생도 줘야 한다’는 내용을 논평을 통해 계속 이야기했다. 결국 중학생 돌봄비 15만원씩을 지급하게 됐다. 대변인이라는 게 대신 말한다는 것도 있지만 어떤 흐름을 먼저 잡고 주장하기도 하고, 그런 가운데서 제 역할을 하는 거다. 아전인수격인 해석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보람이 있다. 또 하나는 바이든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는데 우리나라 어떤 공적 기관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안 내고 있었다. 축하받는 입장에선 빨리 축하해주면 ‘호감 갖고 있구나, 잘 지내야겠구나’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식 기관 중 제일 먼저 축하 메시지를 냈다. 그걸 박진 의원님이 반가워하시면서 번역해 바이든 캠프에 보냈다. 제 결정으로 주도적으로 치고 나가서 어떤 사안을 규정하고 결정하는 경우였다.”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
“야당 대변인이라는 게 비판을 주로 해야 한다. 비판만 계속 하다보니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입법을 한다든지 이런 것보단 덜한 것 같다. 그리고 비판이라는 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거다. 좋은 의도로 선량한 비판을 했다 하더라도 상처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없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개인에 대한 비난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이 한 일, 현상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아는 분에 대해서 비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엔 마음이 불편하다.”
-다른 당에서, 역대 정치권 대변인 중에서 돋보였던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이다. 메시지도 훌륭하겠지만 브리핑하는 모습에서 말씀하시는 태도라든지 톤을 받아들이기 친숙한 쪽으로 접근하신다.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다. 박희태 전 의장께서 (과거 민주자유당 대변인 시절) ‘내로남불’이라든지 ‘총체적 난국’이라든지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글을 남기셨다. 굉장한 감각이다. 대변인이 종합적 사안을 한두 가지 단어로 정리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높이 본다.”
-그간 낸 논평 중에 기억에 남는 논평을 하나 꼽자면
“‘백신이 먼저다’라는 논평이다. 백신보다 방역이 먼저라고 정부와 당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말하는 바람에 저 멘트가 나오게 됐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장에 걸렸던) ‘백신이 먼저다’ 백보드도 논평에 쓰면서 당에 써보자고 한 것이다.”
-대변인 임기가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나
“국회의원은 결국 국민의 대변인이다. (의원으로서) 국민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입법화시키고, 예산을 반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유권자를 만나기도 했지만 코로나도 잠잠해지고 하면 지역구(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주민들과 좀 더 긴밀하게 대면접촉을 하려고 한다. 또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교육 관련 이슈에서 상임위 활동을 좀 더 열심히 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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